인터뷰 - 서양화가 김영희의‘삶과 예술’
예술은 본질적으로 자유를 추구한다. 자유는 떠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서양화가 김영희는 늘 떠나고 싶다. 예술을 찾아, 자유를 찾아… 한국에서 개인전, 그룹전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던 김영희는 어느 날 훌쩍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미국에 날아와 둥지를 튼다. 김영희는 삶을 생각한다. 삶은 머묾을 전제로 한다. 떠남과 머묾… 그러니 삶과 예술은 별개의 사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이다. 자유와 머묾은 반어가 아니다. 미국에 정착해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하며 김영희는 이것을 깨달았다.
“미국은 예술에도 실용적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순수 예술성을 추구하는 유럽의 무거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지요. 경박하지만 않다면 이 가벼움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편한 마음으로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 정립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예술가에게 있어서 새로운 탄생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는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잘 그린 그림은 우선 예쁘고 기술적으로도 세련미가 보입니다. 묘사가 사실적이지요. 하지만 감동을 주지는 않아요. 화가의 자기 주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림을 흔히 이발소 그림이라고 말을 하지요. 그런데 좋은 그림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깊이와 어떤 감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감상할 때 억지로 감동을 느끼려고 애를 쓰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한국 사람들은 이론이 너무 발달되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림 감상에 지장을 받지요. 그림을 감상할 때는 그냥 편하게 보고 느끼면 됩니다. 컬러가 좋다든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든가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요. 보는 이들마다 느낌이 다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점을 느낄 수도 있는 법입니다. 다만 상상력을 가지고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테면 어떤 그림을 보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고기를 볼 수도 있는데 이것을 가지고 엉터리라고 말한다면 스스로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몇 해 전부터 ‘수요 화가회’를 만들어 그림에 취미가 있는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그림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마음도 있었지요. 그야말로 프로들의 작품세계만 접하다가 화가 지망생들의 작품들을 보니 신선한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듯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사실은 없는 것이라며 그는 활짝 웃는다. 전화 (714)578-8265
<백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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