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널티킥을 실축한 김정우가 무릎을 꿇은 채 망연자실해하는 모습과 결승에 오른 이라크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승패의 명암을 극명한 대조로 보여주고 있다.
골 못 넣는 한국축구 아시안컵 결승진출 실패
승부차기서 이라크에 패해
이란과의 8강전에 이은 또 한 번의 승부차기. 하지만 2연속 행운은 없었다.
한국축구의 숙원인 47년만의 아시안컵 정상탈환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중동의 복병 이라크에 덜미를 잡혀 아시안컵 결승문턱에서 뼈아픈 고배를 마셨다.
25일 새벽(LA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펼쳐진 2007 아시안컵 축구 준결승에서 한국은 이라크를 맞아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간의 접전을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이란과의 8강전을 합해 무려 240분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무기력한 공격력에 발목이 잡혔다.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이라크는 이어 베트남 하노이에서 벌어진 두 번째 준결승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일본을 3-2로 제압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는 29일 중동팀끼리 패권을 다투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28일 3-4위전에서 차기대회 자동출전권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조별리그 때부터 위태위태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사우디가 바레인을 꺾어줌에 따라 간신히 8강에 턱걸이했고 이어 승부차기로 4강에 오르는 등 단 1승(승부차기는 무승부로 분류)을 거두며 4강까지 올만큼 운이 따라줬던 한국이었지만 결국 이날은 운이 다했다. 어떻게 보면 5게임에서 단 3골을 넣고 4강까지 온 것만도 기적이었고 행운이었다.
대회 개막직전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던 상대였지만 이날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경기 내용도 볼 점유율면에선 한국이 다소 앞섰지만 결정적인 득점찬스 면에선 이라크가 단연 앞섰다. 경기내내 한국은 이렇다 할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던 반면 이라크가 최소한 3-4번의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특히 연장 전반 13분 이라크 하와르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안으로 빨려드는 걸 김진규가 겨우 걷어 낸 것은 거의 골이나 마찬가지였던 절대 절명 위기였다.
결국 120분을 버틴 뒤 간신히 승부차기에 들어간 한국은 8강전의 영웅 이운재를 믿고 승리를 자신했으나 이운재도 이날만큼은 수호신이 되어주지 못했다. 한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이천수, 이동국, 조재진이 차례로 킥을 성공, 3-2로 앞선 상황에서 비운은 고개를 들었다. 이라크 3번째 키커 하이데르의 킥이 왼쪽으로 다이빙한 이운재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곳으로 향했으나 한국선수들이 환호하려는 순간 볼이 마치 미꾸라지처럼 이운재 몸 밑으로 빠져 네트로 빨려 들어갔고 이 순간 ‘혹시나’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곧바로 4번키커로 나선 염기훈의 약한 왼발 킥은 다이빙한 이라크 골키퍼 누르 사브리에 걸렸고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이라크 4번째 키커가 완벽하게 킥을 성공시켜 3-4로 된 후 한국은 마지막 5번째 키커 김정우의 오른발 킥마저 오른쪽 포스트에 맞고 튀어나와 이라크에 결승티켓을 헌납했고 이라크 선수들이 환호하는 순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궜다.
핌 베어벡 감독은 이날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원톱 조재진의 뒤를 받치는 4-5-1 시스템을 들고 나왔으나 경기내용에선 단조롭고 답답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전 많은 비가 내려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상황에서 공격진은 볼을 많이 점유하면서도 효과적인 공략방안을 찾지 못해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수비진은 이라크의 예리한 역습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 시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무려 33번의 프리킥을 얻어냈고 코너킥도 10번이나 따냈으나 제대로 된 세트플레이가 없어 이렇다 할 시원한 슈팅조자 해보지 못했다. 박지성처럼 중앙에서 헤집고 다니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줄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뼈아프게 절실했던 경기였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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