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간 `공조’ 내용 주목..새 협상시한 제시
군사작전 가능성 대두..미국 입장도 변수
(서울.뉴델리.두바이=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김상훈 강훈상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11일째를 맞은 29일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정부, 탈레반 등이 ‘인질석방’을 위한 다각적인 접촉을 벌였지만 좀처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간 면담 이후에도 탈레반측은 새로운 협상시한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일부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계속하는 등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백종천 특사는 29일 아프간 현지 시간으로 정오(한국시간 오후 4시30분)부터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50분간 만나 피랍사태 조기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백 실장은 탈레반측의 인질 석방 요구조건인 수감자 석방 문제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해줄 것을 요청하고 피랍사태 해결을 위한 양국의 공조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대통령궁은 면담이 끝난 뒤 카르자이 대통령이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 인질 22명의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여성이 납치된 것은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한국인 피랍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19일 사건 발생 후 처음이다. 특히 ‘여성 납치’를 비난한 것과 관련, 선(先) 여성인질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른바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번 주말 미국 방문길에 올라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 아프간 상황과 양국간 협조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국인 납치문제가 양국 정상회담 전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회담에서 드러날 미국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백 특사의 면담 이후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면담내용 등을 토대로 대책을 논의했다.
탈레반측은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 면담 이후 30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을 새로운 협상시한으로 제시한 뒤 이때까지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 자신들의 핵심요구임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정부는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고 탈레반측은 구출작전이 시작될 경우 인질 22명을 모두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위해 한때 탈레반에 몸담았다가 현재 의원으로 변신한 압둘 살람 로케티를 비롯한 현역의원 2명과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카라바그 지역에서 존경받은 원로들을 새로 협상단에 포함시키는 등 협상에 열의를 보이고 있어 탈레반측이 막판 협상조건을 변경할 경우 극적인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들은 최선을 다해 석방교섭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마지막 수단으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측은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대비, 22명의 인질을 2∼3명씩 분산해 감금하면서 수시로 인질 억류장소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이 탈레반측을 인용, 보도했다.
피랍 장기화에 따른 인질들의 건강 문제와 관련, 교도통신은 한국인 인질 가운데 2명이 병세가 있으며 일부 인질은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울부짖기도 한다고 탈레반측 주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내에서 준비한 피랍자들을 위한 의약품은 물론 현지에서 긴급히 조달된 의약품및 생필품 등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랍자들에게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단체에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을 항공편이 준비되는대로 가능한 빨리 국내로 운구키로 했다. 배 목사의 시신은 아프간 바그람 기지에 안치돼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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