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탈레반 한국인 인질사태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현주소를 적나라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달 19일 발생한 인질사태가 20일째 접어들면서 애당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 정부 능력의 한계가 점점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탈레반이 요구한 ‘인질-탈레반 죄수 교환석방’에서 찾으려 한 잘못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정부가 이를 수긍토록 외교적 압력 행사를 시도하는 ‘빗나간’ 해결책을 추진해 왔다.사태 발생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특사를 파견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토록 주문했으나 결국 인질이 살해되는 결과를 낳은 사례가 그랬고 국회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미 행정부와 의회에 같은 노력을 시도했다가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망신스러운 발언을 듣고 돌아간 사례 등이 한국정부와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제사회의 정서 및 흐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사실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5~6일 이틀간 가진 정상회담 결과에서도 재차 확인됐는데 한국은 이 회담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압력을 가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를 수긍토록
설득할 것을 은근히 기대하기 까지 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 해결에 나선 한국 정부의 한계를 입증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 한국이 대면한 가장 큰 한계는 사태 해결의 1차적 열쇠를 쥐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또 2차적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재건 복구 노력 국가들을 움직일 수 있는 뚜렷한 외교적 ‘레버리지’(Leverage)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확인됐다.이는 9.11 사태 이후 미국과 NATO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군사적·재정적 지원이 극히 소극적이고 미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납치된 이태리 기자와 탈레반 죄수 5명을 교환해 미국과 영국, NATO 국가들의 강한 비난을 샀을 때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태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1,500여명에 달하는 전투병을 파견한 사실과 지역 도로 건설 등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들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사례가 바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제건 복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가 정부의 영향력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한 예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에 있어 그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이 탈레반의 조건에 수긍토록 기대하는 해결책에서 속히 벗어나 탈레반의 조건 변화를 유도하는 것에서부터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해결노력을 효과적으로 전개해야 하는 국면에 마주쳐있다.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정부와 탈레반과의 첫 직접대면 접촉이 뒤늦게나마 한국정부의 문제해결 노력을 올바른 괘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한국인 입양아출신 미군 이라크서 전사
2살때 입양 네이탄 윈더 하사
올린 해치 의원, 상원회의서 경의 표해
또 한인 입양아 출신 미군이 이라크에서 전사했다.
올린 해치(유타·공화) 미 연방상원의원은 2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나는 최근 목숨을 잃은 유타주의 아들 한명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그를 기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유타주 블랜딩 출신이자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 1특수부대 소속 네이탄 L. 윈더 하사가 동료 부대원들과 함께 이라크 아드 디와니야에서 총격 기습을 받은 또 다른 부대를 지원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해치 의원은 이어 “그는(윈더 하사) 2살 어린 나이에 한국 서울의 한 법원 계단 앞에 버려진 뒤 놀랍게도 20명 자녀들을 키우는 톰과 테리 윈더 부부의 집에서 더 좋고 새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며 “버림을 받았던 자신의 과거와 그에 따른 입양이 바로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에게 주어졌던 희망을 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한 근원이 됐다”고 강조했다.해치 의원은 또 “윈더 하사는 특히 어린아이들을 가슴에 깊이 담고 있었다. 유족들은 윈더 하사가 이메일로 이라크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주는 미군, 환한 미소, 또는 사탕 한 개와 같이 아주 작은 것들로 쉽게 즐거워한다는 소식을 보내온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테리 윈더는 ‘자신의 아들을 비롯 어린이들을 매우 사랑했고 그들에게도 자신이 얻었던 희망을 주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고 기억했다”고 덧붙였다.
미 육군 기록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라크에 파병된 미 육군 2대대 1특수부대(공수) 소속 1등 하사 ‘네이탄 로이드 윈더’(Nathan Lloyd Winder·32·사진)는 6월26일 이라크 아드 디와니야 외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료 미군들을 지원하다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2살 때 윈더 부부에 의해 한국에서 입양된 윈더 하사는 부인과 11살 아들을 남겨 두었다.한편 2004년 4월에는 미 해병 1사단 1연대 1대대 에코중대에서 근무하던 캘리포니아주 출신 브래드 셔더(21) 병장이 이라크 안바르주 팔루자시 인근에서 저항세력의 총탄을 맞아 전사한 바 있으며 셔더 병장은 22개월 때 미국에 입양된 한국 출신이었다.
■ 한국인 인질사태 미연방의회서 첫 언급
텍사스주 공화당 출신 테드 포 하원의원
모든 자유국가에 대한 안보위협 규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사태가 지난 1일 미 연방의회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택사스주 공화당 출신 테드 포 하원의원은 이날 하원 전체회의에서 1분 발언권을 얻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즉각 철수 등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일부 정치 세력들을 향해 “어떤 사람들은 테러리스트 반란자들을 상대로 가차 없이 싸우고 있는 우리 군인들을 격려하고 칭송해 성공의 결과를 지켜보지는 못할망정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그들은 마치 침울, 파멸, 그리고 절망을 설교하는 것과 같은 사람들로 패배주의자, 퇴각주의자, 또 패자들로 비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포 의원은 이어 “자유에 대한 위협은 실제 존재한다. 지금 이 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세력이 한국 교회의 민간인 22명을 잡아두고 있다. 그들은 인질 1명을 처형했고 더 많은 인질들을 살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들 이슬람교 과격파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살인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항복 주창자들’(surrender advocates)은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인가? 숨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라며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포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인 인질사태가 발생한 후 미 연방의회 전체회의에서 처음이자 사태 발생 20일이 접어든 7일 현재까지 유일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과 탈레반 무장 세력이 한국인들을 납치, 처형한 행위를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모든 자유국가들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규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유타주 판사 출신인 포 의원은 하원국제관계위원회 소속이자 테러리스트 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2선 의원이다. 미 연방하원은 6월11일 한미간의 굳건한 동맹을 확인하고 한국군의 테러와의 전쟁 참여에 감사하는 내용의 결의안(H.R.295)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마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6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틀째 가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