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서던힐스코스에서는 시원한 수증기를 뿜어내는 대형선풍기 앞이 최고의 명당이다.
‘사우나 골프’ 내일 개막
‘사우나 골프’인가, 폭염속의 서바이벌게임인가?
9일 오클라호마 털사의 서던힐스컨트리클럽(파70·7,131야드)에서 막을 올리는 제89회 PGA챔피언십은 올 시즌 세계골프의 4번째이자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모두 메이저가 그렇듯 이 대회코스인 서던힐스 역시 깊은 러프와 울퉁불퉁한 페어웨이, 얼음판처럼 매끄러운 그린이 메이저 타이틀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험난한 도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던힐스는 올해 첫 3개 메이저대회가 열렸던 어거스타 내셔널(매스터스)이나 오크몬트(US오픈), 카누스티(브리티시오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무기’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더위’. 보통 더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살인적인 ‘폭염’이다.
대회가 열리는 9일부터 12일까지 서던힐스가 위치한 오클라호마 털사의 예상기온은 모두 화씨 100도에 육박하거나 10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철저한 준비없이 이런 더위에 장시간 노출됐다간 열사병 위험성이 높은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110도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펄펄 끓는 날 뙤약볕속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은 사우나룸에서 경기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바람이 불어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몰아치면 오히려 숨이 막힌다.
이런 폭염에서 플레이하려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각없이 평소처럼 경기에 임했다간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살아남기에 급급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무더위 속에서 경기해 본 경험이 많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어드밴티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18홀을 마치는 정도가 아니라 18홀내내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와 체력을 지닌 선수를 말한다.
그런 선수중 하나가 브렛 퀴글리. 퀴글리는 7일 “나는 더운 게 좋다. 오늘 9홀을 돌았는데 땀도 안 났다”며 “모두들 푹푹 찐다고 난리지만 나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더 좋다. 이런 날씨에서 경기하기 좋아하는데 이것이 이번주에 내 어드밴티지가 될 것 같다”고 신이 나서 말했다. 퀴글리는 평소에 화씨 95도의 스팀룸에서 1시간30분동안 파워요가를 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덕에 이처럼 더위에 강한 특성을 갖추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벌써 더위에 고생하고 있다. 뻔한 소리지만 그저 물을 많이 마시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나에겐 뜨거울수록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 4번째 우승을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 역시 더위에 대해선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 글러브를 좀 더 자주 바꿔 끼어야 할 것이지만 그 뿐이다. 더위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폭염에 대한 우려를 일축해버렸다.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파드렉 해링턴는 훨씬 더 무덥고 습도가 높은 말레이시아에서도 여러번 경기했다며 역시 더위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자세였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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