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만드는데 쓰이는 포도의 유전자 지도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학자들에 의해 완전히 해독됐다.
양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포도게놈해독 공공컨소시엄은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와인용으로 재배되는 비티스 비니페라종 피노누아 포도를 분석한 결과 다른 포도들에 비해 맛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두배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포도주의 맛이 게놈 수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서 맛을 향상시키고 병충해 저항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지난 2억년 동안 포도나무의 유전자가 어떻게 진화했는 지를 밝힐 열쇠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비티스 비니페라의 유전자 지도는 개화식물 가운데 네번째로, 유실수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해독된 것인데 그 중에서도 프랑스 북부 부르고뉴 지방이 원산지인 피노누아가 선택된 이유는 이 품종이 근친교배에 따른 유전자형을 갖고 있어 염기서열을 해독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연간 2천억달러 규모의 와인 시장을 두고 병충해 감소와 풍미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포도 재배업계와 와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에 참여한 한 프랑스 과학자는 포도나무처럼 경제적으로 중요한 작물에 있어 이런 유전 자원을 도구로 개발한다는 것은 중요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비티스 비니페라종이 와인의 풍미와 직접 관련된 성분, 그중에서도 탄닌과 테르펜과 관련된 대규모 유전자 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포도 껍질과 씨에 많이 들어있는 떫은 맛의 탄닌은 숙성하는 와인에 감칠맛과 구성(여러 성분이 와인의 감각에 미치는 총체적 효과)을 더해주며 균형잡힌 와인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동맥경화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르펜은 향신료나 향수로 사용되는 식물과 꽃에 필수적인 기름의 주요성분인데 포도 품종 가운데는 뮈스카 계열에 집중돼 있으며 장미와 바이올렛 향을 풍긴다.
학자들은 또 연구 과정에서 노화 방지에서부터 항바이러스 치료에 이르는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적포도주의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의 유전자도 찾아냈다.
와인 업계가 이 연구에 주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맛 관련 유전자 조작보다는 해마다 큰 타격을 주는 병충해 저항력을 키우는데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학자들은 이미 피노누아에 흔히 생기는 흰가루병의 병원균 오이디움에 내성을 키우는 특정 유전자를 분리해내는 작업을 진행중인데 이런 연구가 성공하면 포도 재배에 화학약품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의 포도재배 면적은 전체 농경지의 3%이지만 농약 사용량의 20%가 포도에 집중되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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