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컬트 감독 타카시 네이케의 이스턴 웨스턴 ‘수키야키 웨스턴 장고’.
무자비한 킬러를 쫓는 텍사스의 셰리프 타미 리 존스. ‘늙은이들의 땅이 아니다’.
이달 ‘유마행’등 2편 개봉, 11월엔 ‘늙은이…’선보여
올드팬 외면에 10대팬 무관심 겹쳐 사양화
해외선 매력 느껴 일본판 ‘장고’까지 제작
할리웃의 진지한 계절이 시작되는 9월에 들어서 2편의 웨스턴이 개봉되고 이어 11월에도 또 1편이 개봉되면서 그동안 종적을 감췄던 웨스턴이 재기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웨스턴이 절정을 이뤘던 때는 1950년대. ‘셰인’ ‘하이 눈’ ‘리오 브라보’ ‘자니 기타’ ‘부러진 화살’ ‘건 파이터’ ‘리오그랜드’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 ‘수색자’ ‘베라크루스’ ‘40여정의 총’ 및 ‘먼 나라’ 등 많은 명작 웨스턴들이 모두 50년대 작품이다. 이어 60년대 들어서는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스파게티 웨스턴이 빅히트하면서 웨스턴이 재충전됐었다.
그러나 1970대 말에 접어들면서 웨스턴은 거의 전적으로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간혹 이스트우드의 ‘용서 받지 못한 자’와 케빈 코스너의 ‘늑대와 함께 춤을’ 같은 웨스턴이 나왔지만 이 두 영화는 순전히 두 배우의 영향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9월 들어 개봉된 2편의 웨스턴도 각기 그것을 만든 제작자와 감독의 영향력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지난 7일에 개봉된 ‘3시10분 발 유마행’(‘3:10 to Yuma’)은 컨트리 싱어 자니 캐쉬의 자전적 영화 ‘워크 더 라인’을 감독한 제임스 맨골드의 작품. ‘워크 더 라인’이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글렌 포드와 밴 헤플린이 나온 1957년작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다. 남북전쟁서 한쪽 다리를 잃은 가난한 농부(크리스천 베일)가 돈이 필요해 흉악범(러셀 크로우)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두 사나이 간의 성격 대결과 액션을 그렸다.
이어 지난 21일에 개봉된 ‘비겁자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은 제작자와 주연 배우가 모두 브래드 핏이기 때문에 제작이 가능했다. 이 영화는 1870년대 미 중서부를 무대로 열차강도를 한 악명 높은 무법자 제시 제임스와 그를 우상화하면서 스스로 악명을 남기기 위해 제시를 등 뒤에서 총으로 사살한 로버트 포드 간의 인간관계를 다룬 비가적인 장편 서사극이다.
또 11월에 개봉되는 변태적 현대판 웨스턴인 ‘늙은이들의 땅이 아니다’(No Country for Old Men)는 둘 다 메이저에 속해 있는 예술적이요 특별한 영화를 만드는 미라맥스(디즈니 소속)와 패라마운트 밴티지가 공동 제작했다.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가 감독하고 타미 리 존스와 하비에르 바르뎀과 조쉬 브롤린이 공연하는 이 영화는 텍사스를 무대로 한 마약자금을 둘러싼 유혈폭력적인 복수극인데 현재가 시간대이다.
미국 고유의 장르인 웨스턴이 팬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까닭은 우선 이 영화의 진정한 팬들인 어른들은 극장엘 자주 안 가고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하다시피 하는 10대와 젊은이들은 미국의 황무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최근 타임지가 분석했다. 잡지는 이어 요즘 영화팬들은 초고속 서술방식에 중독이 돼 템포가 느린 웨스턴을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시 제임스’를 감독한 뉴질랜드 태생의 앤드루 도미닉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과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1980년 이전의 것은 기억하지도 못 한다”고 미국인들의 일천한 역사의식을 비판했다. 이 밖에도 자연보호주의자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서부 현장에서의 촬영의 어려움과 옛 웨스턴 스타들과 스턴트맨들은 사라진 반면 요즘 젊은 배우들은 말 탈 줄도 총 쏠 줄도 모르는 것도 웨스턴이 꾸준히 제작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됐다.
할리웃이 웨스턴 제작에 머뭇거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외국 영화인들이 그들에게는 환상의 땅인 미 서부에 관한 영화들을 자주 만들고 있다. 아키라 쿠로사와는 자신의 사무라이 영화에 웨스턴적 풍취를 전이시켰고(타임지는 이를 이스턴 웨스턴이라고 지칭했다) 유럽에서는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이후 수많은 스파게티 웨스턴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황야의 무법자’의 아류지만 매우 잘 만들고 흥미진진한 ‘장고’(1966). 프랑코 네로가 건맨 장고로 나와 관 속에 기관총을 담아 끌고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적을 쏴 죽이는 이 영화가 빅히트를 하면서 그 뒤로 제목에 ‘장고’가 들어간 영화가 무려 50여편이나 만들어졌었다.
얼마 전 끝난 토론토영화제서 선보인 일본의 괴짜 컬트 감독 타카시 미이케의 ‘수키야키 웨스턴 장고’(Sukiyaki Western Django)가 바로 이 ‘장고’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 영화는 사찰과 살룬 건 벨트에 꽂힌 사무라이 검 등 동서양적인 것을 마구 짬뽕한 이스턴 웨스턴으로 일본 배우들이 모두 발음기호 읽듯이 영어 대사를 쓴다.
타임은 미국의 일부 감독이 웨스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함께 모든 것이 기계화하는 시대에 인간 대 인간의 대결이라는 주제를 지닌 이 장르의 인간적인 친근감을 지적했다. 이어 잡지는 ‘제시 제임스’ 등 3편의 웨스턴이 이 장르의 고사를 유예시키는 촉매가 될지도 모른다고 결론지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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