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은 차가운 무균 상태이지만 우주선 안은 세균이 우글거리며 이로 인해 가뜩이나 면역능력이 약해진 우주인들이 병에 걸릴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A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제작된 지 9년째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경우 체류하는 우주인들과 정거장 자체에 위험을 미칠 정도의 미생물이 번식할 가능성이 있으며 우주 여행 중 사람의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증거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셰릴 니커슨 교수는 최근 우주를 다녀온 살모넬라균의 독성이 강해진다는 연구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디스커버리호 편으로 ISS에 도착한 미국인 여성 우주인 페기 휫슨(47)은 ISS에 두번째로 체류하는 첫번째 우주인이자 ISS 선장 역할을 맡을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다. 그는 이런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지만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우주선에서 세균 감염으로 병에 걸린 우주인도 없고 우주선 내부는 지구의 가정집에 비하면 사실상 티없이 깨끗한 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주선 미르에는 집먼지 진드기와 E.콜라이 박테리아, 그밖에 수십종의 예기치 못했던 미생물들이 득실거리지만 ISS에는 집먼지 진드기도 없고 훨씬 깨끗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S에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종기를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에서부터 살균제를 분해하는 세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ISS의 벽과 일부 표면들은 여러 차례 NASA의 허용한도를 초과하는 세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변기와 손잡이, 통풍구에 씌워진 철망 등은 특히 박테리아나 세균의 오염이 심한 곳이다.
ISS에 공급되는 물은 NASA의 오염기준을 18번이나 초과했으나 살균과정을 강화하고 배관을 교체함으로써 박테리아를 제거했다고 NASA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2003년엔 ISS에 보관했던 3벌의 우주 유영복에 달린 공기 냉각용 펌프가 모두 세균으로 막힌 것으로 밝혀져 우주인들이 그보다 불편한 보조 유영복을 입고 작업을 해야만 한 적도 있다.
ISS에서 사용되는 물 표본 조사에서는 냉각장치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때문에 냉각장치의 부식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후 박테리아가 더 늘어나진 않았지만 NASA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신종 화학물질을 투입했다.
당시 우주인들은 ISS의 한 쪽 벽에 번지고 있던 꽤 넓은 면적의 곰팡이에 살균제를 흠뻑 뿌려야만 했는데 그 곳에 균이 번진 이유는 승무원들이 말리려고 널어둔 젖은 수건이 벽에 스쳤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NASA의 기준은 매우 엄격해 지구상의 주택 가운데 여기에 합격할 곳은 없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만전을 기하기 위해 ISS에는 세균을 걸러내는 13개의 공기 정화장치가 있다.
승무원들은 몇주에 한 번 꼴로 과산화수소로 벽을 닦아 내며 식수에는 요오드 성분이 정화제로 첨가된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일어난 최악의 세균 감염 사례는 베인 피부가 약간 감염된 정도이지만 우주 여행이 장기화될 수록 감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장차 달에 착륙하는 우주인은 최고 90일까지 달에 머물러야 하며 화성 탐사선은 왕복에 최소한 몇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력이 약해진 우주인이 장기간 여행의 피로와 스트레스까지 겹칠 때 병에 걸릴 위험은 점점 커질 것이 분명해 보호책 마련이 눈 앞의 과제로 다가왔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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