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떼처럼 미세하게 꼬물거리는 연못. 풀밭에 앉았다가는 나지막히 날고 다시 풀밭에 앉곤 하는 몇 마리 새들의 심심한 단순 동작, 전쟁터로 치달려 가는 차들의 행렬은 바라보는 눈이 익숙해지면서 도시 모형도 같기만 하다.
도시 가운데 쉼터는 온통 태양으로 가득 채워졌다. 태양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예리한 빛은 쉼터에 소속된 것들의 내장을 뒤집었고 강렬한 열은 수분을 증발시켜 박제된 파식파삭한 모양이다.
몇 해 전, 가까이 있는 두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를 바꾸면서 생겨난 자투리땅에다 자그마한 연못 파고 조경하여 의자를 들여 놓으니 지금 같이 그럴싸한 쉼터가 되었다. 가까운 곳에 콘도 단지가 자리잡고 있고 큰 샤핑몰이 있어 그늘진 시간에는 늘 몇명씩 이 쉼터를 이용하는데 여름날 정오 태양에 완전 노출된 곳에서 휴식할 멍청이는 아무도 없다.
사람이 미치면 무언들 못할까. 수시로 급소를 찌르는 불안의 습격을 받은 나는 수직으로 쏘아대는 태양열도 꺼리낄게 없다.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떤 이는 유년기, 사춘기의 정서가 불안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인간과 신이 분리 되면서 들어온 원죄라고도 하고, 복잡해진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분열되는 가족관계 때문이라고, 초고속 발전하는 과학에 따르지 못하는 정신 때문이라고 한다.
척추에 올려놓고 뜸뜨려 달군 작은 돌맹이처럼 데워진 의자에 앉았다. 정수리, 몸, 엉덩이로부터 스며드는 열기가 대단했지만 다투어 체내로 침투한 열기가 체내 어느 지점에서 상쇄되었는지 폭염에 대한 내 몸의 느낌은 없다 .
개미떼처럼 미세하게 꼬물거리는 연못. 풀밭에 앉았다가는 나지막히 날고 다시 풀밭에 앉곤 하는 몇 마리 새들의 심심한 단순 동작, 전쟁터로 치달려 가는 차들의 행렬은 바라보는 눈이 익숙해지면서 도시 모형도 같기만 하다.
이 순간 이 공간이 화석화 되어버린다면 단 한명의 인간인 나는 어떻게 이름 지어질까. 먼 훗날 화석을 읽을 때 나는 21세기를 살아간 미국여자. 아시안 몽골리안, 코리안일까. 확실한건 내 감성, 이성 , 믿음, 정체성 같은 것들은 개연성 속에 묻혀버릴 것이다.
이건 내 짧은 과학 상식이고 현대의 DNA 기술로도 좀더 상세한 내 인체의 속성쯤은 알아낼 수 있겠다. 현대 과학 발전의 기록 같으면 인체의 DNA처럼 정신 영혼 감성의 총 집합체를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도 않고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 같다.
불교에서 말하는 귀의한 불제자의 몸에서 나오는 사리 같은 육체 아닌 인간의 형이상학적 가치의 비밀을 담은 최소의 단자를 추출하여 읽어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후손이 나를 읽을 때 21세기를 살았던 한 여자가 수시로 고통 받았던 유령 같은 불안을 어떻게 해석할까 궁금하다.
최갑숙
약력: 경남 대구 출생.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원. 현재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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