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7년만의 새 시집 ‘당신의 촛불 켜기’
시인 김문희씨가 시집 ‘당신의 촛불 켜기’(문학수첩)를 냈다. 그녀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지난 7년 동안 써온 신작들을 모은 것이다.
20여년 시와 수필을 쓰면서 어느덧 남가주 한인문단에서 ‘원로’의 반열에 선 김문희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원숙해진 시세계를 보여준다. 이전의 작품들이 서정성이 강했다면 이번에 발표된 시들은 ‘생활의 발견’이 충만하다. 매일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 이민자의 삶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소곤소곤 담겨 있다. ‘휴대전화’ ‘저녁뉴스’ ‘백화점에서’ ‘저녁골목’ ‘화면에는’ ‘주차하기’ ‘정전’ 같은 시들이 그런 섬세한 눈길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다.
평론가 장경렬 교수(서울대 영문과)는 작품 해설을 통해 “김문희의 이번 시집이 아우르고 있는 시 세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험할 법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시 세계고, 다른 하나는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독특하게 체험할 수 있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시 세계다.”라고 정리한다.
‘당신의 촛불 켜기’는 자비 출판한 시집이 아니라 출판사(문학수첩)에서 인세 포함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출판한 책이라 더 뜻 깊다. 오랜 산고 끝에 나온 책이지만 출판기념회는 한국에서만 갖기로 했다. 11월26일 오후 5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될 예정. 이 출판기념회에는 오랜 문우들인 김영중, 이승희, 한우연씨가 미주문단 대표격으로 나가 마음껏 축하해 줄 계획이다.
김문희 시인은 1987년 ‘시문학’지로 등단, 한글문학상, 영랑문학상, 미주 펜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 ‘눈뜨는 풀잎’ ‘가을강’ ‘길가에 밟히는 풀잎으로’ ‘깊어지는 마음’과 수필집 ‘유럽, 그 그리움의 거리’ ‘가난한 영혼들이 우수의 강을 지날 때’ 등이 있다.
<주차하기>
세상에는 주차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여름 땡볕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
벌 받듯 빼곡하게 서 있는 자동차들을 보면
이 열기 속에서 견디는 것 자동차뿐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좀 나은 주차 자리를 자꾸 찾습니다
그늘진 주차 자리에는 이미 먼저 온 자동차들이 자리 잡았고
앞으로 그늘을 나누어 받을 만한 자리도 비어 있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돌다가 끝내는
피곤한 주행을 멈출 수 있는 곳이라면
그나마 고마운 마음으로 끼어 섭니다
세상이란 그런 곳이었습니다
운 좋아서 시원하게 그늘진 곳 만나면
한때를 편안하게 사는 이도 있겠지만
남보다 한 발 늦은 사람들은 목마른 더위를 견뎌야 합니다
세상에는 주차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한결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서두르면서 사는 까닭을
주차장에 가 보면 압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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