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인근 ‘3가 초등학교’의 한인 수지 오 교장. 오 교장이 이 학교 부임 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사업 중 하나는 남자 교사 충원이다. 교육환경이 좋다고 해서 한인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이 초등학교는 몇 년 전만 해도 여교사 일색이었다. 하지만 오 교장의 꾸준한 남교사 채용으로 지금은 전체 교사 40명 중 남자가 10명이나 된다. 남교사 비율 25%는 다른 초등학교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남교사 배정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에게 호기와 긍정적인 남성상을 심어 줬으면 하는 바람들 때문이겠죠. 교육의 균형이란 측면에서도 좀 더 많은 남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속적으로 남교사 충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오 교장은 남교사 충원이 아이들뿐 아니라 교직원들 사이의 관계와 학교 운영 등 여러 면에서 바람직한 점이 많다고 밝힌다.
하지만 교육계 현실은 교사들의 ‘남녀 균형’과 거리가 멀다. 초등학교 일선 교사들 가운데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단 1명의 남교사도 없는 초등학교가 드물지 않은 정도다. 초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점차 여교사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교단의 ‘여초(女超)현상’은 물론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남녀교사 비율간에 갈수록 격차가 커지자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남교사 할당제’, 즉 쿼타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여교사 비율은 초등학교는 78%, 중학교 63%, 고등학교 38%이다.
고육지책으로 보여지는데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발상이다. 교육당국이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가는 곧 바로 소송감이다. 미국에서는 교사채용이 전적으로 일선 학교장들의 판단에 따라 이뤄질 뿐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 정부는 ‘패전백서’를 발표했다. 왜 독일과의 전쟁에서 졌는가에대한 반성과 분석이었는데 결론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전부 여성들이어서 국민들이 강한 기상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요즘 세대에는 조금 거슬릴 수도 있는 결론이지만 마냥 비판만 받을 지적은 아닌 듯 싶다. 학생들이 가치관의 편식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시각과 성격을 형성하는데 교사들의 성비 균형은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소년들의 위기’라는 주제로 ‘교단의 여성화에 따른 소년들의 여성화’를 진단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의 역할에 비춰 볼 때 여성들이 훨씬 뛰어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단의 지나친 ‘여초 현상’이 자칫 성장기 학생들에게 가치관의 편식을 안겨 줄수 있다는 우려 또한 기우로만 치부하기 힘들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여교사와 남교사를 번갈아 거치게 되면 아무래도 섬세함과 배려, 그리고 호연지기 등 좀 더 다양한 영향을 두루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교단의 현실은 아직 이런 이상과는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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