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재외국민 참정권 행사를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4개월 넘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말 때문이다. 지난 6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재외국민 참정권이 회복되면서 각 정당은 앞 다퉈 재외국민들의 조속한 참정권 행사를 장담했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린 선거라는 이번 12월 대통령 선거와 내년 4월 총선 참여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각 정당은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한 6개월 준비기간을 넘겨, 재외국민이 자칫 5년 뒤에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어이 없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번에는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가 말 바꾸기로 이민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7일 주지사가 서류 미비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원천 봉쇄하는 ‘리얼아이디 액트’의 뉴욕주 시행을 기습 발표한 것이다. 국토안보부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선 그의 모습은 불과 5주전, 미전역 이민사회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뉴욕주 새 운전면허 정책’을 발표했던 당시의 당당함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 발표한 뉴욕주 새 운전면허 정책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얼아이디 액트와 뉴욕주 새 운전면허 정책을 내년 말 동시에 시행하겠다는 단서를 달면서 당장 올해 12월부터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으라 기대했던 서류미비 운전자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한 종류의 운전면허 시스템으로 안전한 뉴욕을 만들겠다던 그가 세 종류의 운전면허증 시스템으로 보다 안전한 뉴욕을 만들겠다고 말을 바꿨다. 서류미비 운전자들의 구제를 위해 사회보장번호 확인을 여권 확인으로 대처하면 신원확인이 강화돼 뉴욕이 보다 안전해 질 것이라던 그의 논리가 5주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에 분노한 이민자권익옹호단체들이 이의 철회를 적극 촉구하고 있으나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 바꾸기를 일삼는 정치인에게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의 의무이며 몫이다. 선거철이 시작됐다.
쉽게 말을 바꾸기는 정치인을 낙선시키고 말 바꾸기를 두려워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정지원 / 뉴욕지사 취재 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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