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엄마들은 맹모의 후예들인가. 다른 점이 있다면 맹자의 어머니가 주변 환경을 찾아 3번이나 이사를 갔다면, 한국의 엄마들은 아예 처음부터 ‘학군’을 따라 이사를 가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이민 이야기, 즉 ‘아이들 땜에 미국 왔다고 하면서도 부모들이 어려운 이민생활 먹고 살기에 바빠 아이들을 내버려두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미국으로 어린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한국의 교육열성을 처음에는 달갑지 않게 여기던 미국의 한인들도 언제부터인가 생활의 여유와 함께 아이들 교육에, 한국에 있는 강남 엄마들 못지않은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좋은 학군’이라고 소문이 난 웨스트체스터 지역에 교육을 위해 이사 온 한인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 퀸즈에서 가까운 롱아일랜드로 이사하는
한인에 비해 늦은 편이라 하겠다.
직장관계 등으로 이곳에 정착해 20-30년을 살아온 올드 타이머들이 있고, 10여 년 전, 일찍이 옮겨온 파이어니어 세대가 있고, 그리고는 지난 4-5년 사이에 플러싱 뿐 아니라 브루클린, 뉴져지 등지에서 웨스트체스터 지역으로 이사 온 한인 가정의 수가 부쩍 늘어났다. 실제로 매년 뉴스위크, 포브스 지 등에 매겨지는 미 전국 고등학교 등급에는 뉴욕 주 중에서
도 웨스트체스터 고등학교의 많은 수가 상위권에 올라가고 있다.
그린버그에 위치한 에지먼트(Edgemont)학교가 2005년도에 미 전국 하이스쿨 중에 10위 안에 들어갔었고, 비교적 학생이 적은 학교는 웨스트체스터 내에서는, 한동안 가장 좋은 학군으로 여겨졌던 스카스데일(Scarsdale)을 누르고 거의 매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로, 챠파콰의 호레이스 그릴리(Horace Greely) 고등학교와 브롱스빌, 브라이어클리프, 헤리슨, 라이, 라이 넥, 마마로넥 등의 고등학교들이 뉴스위크지에서 선정한 1400여 학교 중 100위 권 안에 들어가 있다.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SAT성적이나 졸업생 비율, AP코스를 택하는 학생 수, 대학 진학 비율 등등이 있으나, 실제로 웨스트체스터 학군에는 유니온에 가입하지 않은 선생님 제도(Union Free)가 학교의 수준을 올려주는 데에 크게 한 몫을 한다고 하겠다. 2005-2006년도 크래딧 및 투자율 조사 회사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사의 조사에 의하면 웨스트체스터 지역 중에서도 가장 부자로 랭킹이 올라있는 곳은 스카스데일
이며 가장 가난한 곳은 마운트 버논으로, SAT 성적이 가장 높은 곳 역시 스카스데일이고, 마운트 버논은 용커스와 함께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 경제수준과 교육열이 정비례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준다. 그 만큼 현대의 자녀교육에는 단순한 학교공부 뿐 아니라 그 외로 들어가는 과외활동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2005-2006 학년 각 학교 자체 통계에 의하면, 100퍼센트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교로는 스카스데일, 브롱스빌, 에지먼트, 라이, 발할라 ..등이고, 대학 진학률이 100퍼센트인 학교는 블라인드부르크 고등학교, 브라이아클리프와 에지먼트가 99퍼센트, 그리고 브롱스빌, 노스 살렘, 라이넥, 답스페리, 어빙톤 등의 학교가 95퍼센트 이상으로 나와 있다. 위에 열거한 학교의 선생님들에 관한 자료를 보면, 대학 및 대학원 학위 소지자의 비율도 타 학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있다.
1990년데 중반에 플러싱에서 에지먼트로 이사와 두 아이를 다 프린스톤 대학에 조기(Early)로 입학을 시킨 L씨는, 처음 이사 와서는 학군이 좋다는 곳에 왔지만 스쿨버스도 없고, 학교에서는 점심도 제공하지 않아서 뭐가 학군이 좋다는 것인지 몰랐었다고 했다. 그러나 차차 학교의 분위기를 익히고 학교 일에 남달리 관심이 높은 미국 부모들과 함께 학부모회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좋다고 하는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한껏 받아드릴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좋은 학군이라고 다 좋은 대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서부터 자녀 교육에 열성과 정성을 다하는 주위 환경이라는 것이 자녀 교육에 중요한 바탕이 된다는 것은, 맹자어머니의 이야기처럼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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