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한 아주머니에게서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반 년 전 아들을 결혼 시켰는데 어떻게 며느리에게 해주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내게 며느리로서 좋은 시어머니의 모습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혹스러웠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라 내게는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꼭 며느리 시어머니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에서도 부부 관계에서도 모두 좋은 관계를 갖는 방법은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결혼 전에 나도 어떻게 살아야지 라는 꿈도 많았고 여러 가지 계획도 각오도 있었다.
누구나 바라듯이 결혼을 해도 우아하고 늘 웃는 모습으로 살기를 바라며 뭐든 노력하면 이루어지리라 믿고 나 또한 좋은 며느리가 어떤 며느리인지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짧게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길게는 결혼을 하고 조금 지나 그동안 내가 바라며 세웠던 계획들이 나만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의 경우를 보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면 기특하다 생각하실 거야. 괜찮다 괜찮다 말하며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부딪치는 내 남편도 괜찮다는 내 말에 속는다. 처음은 기쁜 마음으로 말하지 않았고 괜찮다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제는 괜찮지 않으면 괜찮다 이야기하기 싫다. 아마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듣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일까.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제 결혼생활한 지 만 10년을 넘기고 보니 결혼 초에는 몰랐던 여러 가지 중에 새로 맺어진 가족과의 좋은 관계란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가깝다 생각만 하지 말고 서로 항상 조심하고, 관계에 있어 위아래와 나이의 순서를 두지 말고 늘 동등한 선상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는 생각은 관계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과, 서운한 말을 해야만 할 때는 마음의 반 만 이야기하는 것이 혹시라도 어긋난 관계를 다시 회복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 라는 생각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차오르는 눌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버려 그 말들을 주워 담기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 아주머니께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들을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말하지 않아도 들을 줄 알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것쯤은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잘 말할 수 있는 반면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 자신의 마음을 잘 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한 여자는 시댁식구들에게 그렇다. 어떤 관계든 시끄러울 때는 하는 말도 잘 못 듣고, 말하지 않으면 아예 모르고,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시하기 때문에 시끄럽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마음이 있다. 그 마음에는 예의라는 것도 있다. 그 마음은 소리가 없어 들리지 아니하고, 형체도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마음은 예의를 바탕으로 하여 예의에 어긋났을 때에는 서로의 마음이 상처를 입는 듯하다. 들리는 말만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없는 것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마음을 잃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들을 줄 알아야한다. 저 사람이 마음이 아프구나, 나를 배려해 주는구나, 나를 이해해주는구나,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이렇게 들을 줄 알아야한다. 이렇게 볼 줄 알아야한다. 말하지 않아도 들을 줄 아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게 된다. 그러고 보면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갖는 비결은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 그 하나인 것 같다.
김정연 <화가·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