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왼쪽)가 20일 윌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서 사본을 공개하며 에릭 호긴 변호사와 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준씨 가족 회견·공개자료 뭘 담았나
개인비서 미검찰 증언 DVD 공개
자금 이동 등 결정적 내용은 없어
20일 LA에서 열린 김경준씨 가족 기자회견에서 김씨 부인 이보라씨가 밝힌 내용과 자료들은 결국 LKe뱅크 공동대표였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의 실질적 소유주였으나 이 후보가 이같은 관계에 대해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부인 이씨는 5페이지 분량의 회견문을 통해 주장한 주요 내용은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를 ‘국제 금융 사기꾼’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근거 없는 비방이고 ▲이 후보가 ‘e뱅크 코리아’의 회장 겸 대표이사였고 이 회사가 BBK와 같은 회사였음을 보여주는 이 후보의 명함과 브로셔에 대해 이 후보측이 위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며 ▲BBK에 180억을 투자한 ‘다스’(DAS)도 이명박 후보와 관계가 있다는 것 등이다.
특히 한국 검찰에 제출됐다는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간 이른바 이면계약서들의 사본이 첫 공개됨에 따라 이들 문서와 여기에 담긴 이 후보의 서명의 진위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제시된 관련 자료
이씨는 이명박 후보가 사실상 BBK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이 후보가 회장으로 표기돼 있고 BBK와 LKe뱅크의 로고가 들어간 e뱅크 코리아의 명함과 김경준씨가 사장으로 소개된 e뱅크 코리아의 브로셔를 공개했다.
이 브로셔는 ‘e뱅크 코리아는 2000년 2월 하나은행과 이명박, 김경준이 합작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사이버 금융지주회사’라고 소개돼 있다.
이씨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증거 가운데 이명박 후보측의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반박한 것은 이 후보의 개인비서 출신인 이진영씨가 지난 2006년 8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연방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증언한 내용을 담은 DVD였다.
이씨의 증언 역시 이 후보가 회장으로서 실질적인 활동을 했으며 명함, 브로셔 등 이후보의 연관성을 방증하는 자료들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진영씨는 다스가 김씨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 김경준씨가 대표인 BBK와 LKe뱅크, 그리고 이 후보가 회장으로 있던 e뱅크 코리아는 모두 연관이 있는 회사들이라고 진술했다.
■이면계약서 제시
이보라씨는 4가지 계약서에 대해 “한글로 된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약서이고 나머지 3개 영문계약서는 BBK 증권중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LKe뱅크, 이명박 후보-제 남편과 e뱅크 증권간의 계약서들”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처럼 계약서를 작성한 데 대해 “지주회사는 LKe뱅크로 유치하면서 각각의 회사들을 분리시켜 금융감독원의 증권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 따로따로 제출되게 됐다”며 “주주들이 사이드 이면합의를 맺음으로써 결론적으로 증권회사의 모든 주식은 이명박 후보의 LKe뱅크로 되돌리는 서류”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회견에서 “제 남편 김경준이 이 후보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00년 1월이라는 이 후보의 주장과는 달리 1999년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이런 소소한 사실에 대해서도 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및 횡령 여부는
이같은 자료들은 이명박 후보가 BBK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자료들에는 이들 이면계약서의 구체적 내용이나 김경준씨의 옵셔널 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관련 자금의 이동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 등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결국 이날 회견 내용은 BBK사건의 핵심인 ‘주가조작 및 횡령’ 부분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직접 관여돼 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줄 만한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명함과 브로셔 등 자료들은 한국에서 이미 공개된 것들이어서 대선 정국을 흔들 만한 파괴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하·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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