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의 책 겉표지 사진. 저자인 닐 부어맨은 영국 유명 잡지 편집장을 지낸 인물로 이 책으로 세계 패션계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책 제목처럼 한국인들에 있어 명품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최근 광고.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닐 부어맨 著
어느 된장남의 명품 결별기
패션잡지 편집장을 지낸 명품 중독자인 저자가 심각성 자각
자신 소유 브랜드 제품 불태우기 전·후 심경 책으로 출간
무분별한 소비만능·욕구과잉에 대한 경고로 세계적 관심
2006년 9월17일 런던 도심의 한 광장. 신문 방송을 포함한 각종 매체의 기자들과 300여명의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한 사나이가 명품 가방과 T셔츠, 바지, 신발 따위를 불태우며 메가폰으로 외치고 있었다.
“저는 소비문화가 판치는 이 시대의 산물입니다. 저는 브랜드 중독자입니다. 매일매일 접하는 무수한 광고들은 하나같이 그 제품을 구입하기만 하면 내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저는 그 제품을 모두 구입했습니다. 더 성공적이고 더 호감을 주고 더 섹시한 사람이 될 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가 브랜드 제품을 살 때마다 우리는 꿈의 대가를 치르는 것입니다. 그것도 바가지를 왕창 써가면서 말입니다.”
메가폰을 들고 브랜드 의류들을 불태우고, 명품제품을 망치로 때려부순 주인공은 닐 부어맨. 최근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Bonfire of The Brands)를 펴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남자다. 런던에서 패션잡지 ‘슬리즈네이션’의 편집장을 지내고 스스로 잡지를 펴내기도 한 부어맨은, 대중문화와 유행의 중심에 서 있다고 자부한 이었다. 그러던 그가 명품 중독증의 심각성을 자각한 뒤 자신이 가진 브랜드 제품을 모두 불태우면서 이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책은 부어맨이 브랜드를 불태우기 전인 2006년 3월부터 불태운 뒤 5개월까지 모두 11개월의 심경을 일기형식으로 정리한 글이지만, 이보다는 브랜드 문화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무분별한 소비만능과 욕구과잉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한 입 베어먹은 사과(애플 매킨토시)이고, 말을 탄 폴로 선수(폴로)이며 눈덮인 산(에비앙)이기도 하다. 나는 직장 사람들이 나를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사람으로 여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애플 맥을 쓴다. 랄프 로렌 폴로셔츠는 강인한 인상을 전하고 싶을 때 즐겨 입는다. 물은 에비앙 생수만 마시는데 에비앙이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나를 더 건강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도 그가 하는 말보다는 청바지와 신발의 상표나, 휴대전화 브랜드 등이 기준이었다. 라코스테의 손톱 만한 악어 문양이 전하는 메시지는 스포츠와 레저의 매력과 유럽의 전통을 상징했으며, 버버리는 영국의 유산과 활동적인 상류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었다. 입센 로랑은 영국의 고전적 우아함을, 캘빈 클라인은 성공가도를 달리던 1990년대 미국의 정신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는 광고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국 전통을 상징하는 버버리는 할인유통 매장을 운영하는 한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었고,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서 나만의 개성을 찾는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급제품과 함께 만들어지기 일쑤인 브랜드 제품의 품질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럭스 비누를 쓴다고 해서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제시카 파커로 변하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그럼에도 브랜드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소비문화의 허상을 창조한 것은 누구인가. 책은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지적한다.
“브랜드는 어떤 의미의 상징도, 정신적 버팀목도 아닌 설득기교이자 우리를 조건 반사적으로 소비로 내모는 장치에 불과하다. 이 시나리오에는 ‘그들과 우리’ 사이의 구분도 없고, 우리의 삶을 조종하려는 모종의 배후 조직도 없다. 우리 스스로 이같은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가 원한다면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한국어 판은 지난 7일 도서출판 ‘미래의 창’에서 나왔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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