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순씨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제자를 키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양 옆은 서씨에게 양궁을 배우고 있는 중학생들.
“남가주의 양궁 전도사 됐죠”
2005년 이민와 세 자녀둔 학부모
한인사회뿐 아니라 주류 선수들도 지도
“영어가 양궁보다 어렵네요.”
2005년 어바인으로 이민 온 서향순씨. 고등학생이던 지난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소녀궁사는 어느새 세 자녀를 둔 전형적인 어바인 학부모가 됐다. 많은 어바인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서씨가 3년 전 미국에 건너온 이유 중 하나도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좋아하고 적응도 잘 하는데, 웬일인지 나는 영어가 안 는다. 삶은 어바인이 좋지만 말이 통하는 한국이 그립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학생들이 영어로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하고, 타민족 제자들까지 지도했을 정도로 수준급 영어 실력을 갖췄다.
처음에 미국에 올 때는 84년 LA 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팀 양궁선수였던 미국 친구와 버지니아주에서 타민족을 대상으로 양궁학교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남가주의 좋은 날씨와 어바인의 쾌적한 주거환경에 반해 어바인에 눌러앉았다.
처음에는 아들 딸 뒷바라지와 미국생활 적응에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서씨가 어바인에 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양궁교실 제의가 들어왔고, 성격 쿨한 서씨는 이런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젊음의 집과 재미 한인자원봉사자회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소문은 그야말로 쏜살처럼 뻗었다. 백인 할아버지와 일본계 미국 주니어 대표선수를 포함해 LA와 어바인에서 70명 정도 되는 학생을 지도했고, 얼마 전에는 채널4 방송에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
얼마 전 늦둥이 셋째를 봤지만, 미국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양궁을 알린다는 사명감에 서향순 양궁교실을 더욱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서씨는 “지금은 우리 집 뜰과 공원 등에서 연습을 하는데,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조만간 OC에 제대로 된 실내 연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활과 함께 살아온 서씨는 양궁의 좋은 점에 대해 역시 정신집중과 위기극복 능력 향상을 꼽았다. “미국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에 비해 순수하지만 참을성이 없고, 위기 대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며 “4학년 이상이라면 충분히 배워볼 만하다”고 말했다.
양궁은 대학 입학을 위한 특별활동 수단으로도 제격이다. 아직 미국 학생들의 수준이 높지 않아 6개월 정도만 배워도 대회에 나갈 수 있고, 1년 이상 꾸준히 하면 입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씨는 현재 어바인과 LA에서 매일 오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310)800-3754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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