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를 찾아 올드 델리의 거리 노동시장에서 서성이고 있는 인도의 일용 노동자들. 이들은 불법장기 판매조직의 타겟이 되기 일쑤다.
꼬임에 빠져 강제로 신장이 절제된 나심 모하메드(가운데)가 그 때 그 악몽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초대형 불법 장기 판매조직 적발, 전 인도가 쇼크
일부 경찰 비호 하에 카르텔 형성… 외국인 고객도
마취가 풀리면서 하복부 왼쪽에서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다. 여전히 졸음을 밀려오는 가운데 언제 입혀진지 모르는 그린색의 환자용 가운을 들치고 손가락으로 더듬어 내려갔다. 그곳에는 수술용 테이프로 봉해진 밴디지가 붙어 있었다. 문가에 서 있던 무장 경비원은 그의 신장이 절제됐다고 알려 주었다. 나심 모하메드의 진술이다.
모하메드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장이 절제됐다. 장기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불법의료조직의 피해자로, 이 불법 장기이식 조직은 모하메드같이 가난한 사람들의 신장을 떼어내 인도의 부유층이나 외국인에게 이식수술을 하는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해왔다. 이 조직에 걸려들어 신장을 떼어내게 된 사람은 줄잡아 500명에 이른다는 게 경찰의 보고다.
장기 기증자는 대부분이 가난한 일용 노동자다. 좋은 일자리를 준다는 게 이들을 끌어들이는 미끼다. 그러나 끌려가는 곳은 사설병원이다. 그곳에서 속임을 당하거나 총구의 위협 하에 수술을 받는다. 장기 기증자의 상당수는 또 인력거꾼이거나 가난한 농부일 수도 있다. 이들은 돈에 유혹돼 자신의 장기를 파는 것이다.
신장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불법 장기판매 조직이 인도에서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경찰은 몇 건의 불법 신장이식 케이스를 적발해왔다. 지난주 그 조직의 전모가 드러난 이번 불법 장기 판매조직은 그러나 그 규모에 있어 전례가 없을 정도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의사만 최소한 4명에, 간호원이 5명, 파라메딕 요원이 20명이 관련됐다. 거기다가 3개의 병원, 10개의 병리연구소, 5개의 진단센터가 관련됐다. 그리고 이 조직은 일부 경찰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의심도 사고 있는 것이다.
“이 불법 장기판매 조직을 통해 지난 9년간 최소한 400~500건의 신장이식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관계자의 말이다. 그 규모에 놀라 전 인도의 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언론이 특히 분개하는 것은 주범격인 의사를 경찰이 체포하는 데 실패한 데 있다.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주범은 현재 아미트 쿠마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94년 뭄바이에서 신장이식 불법조직을 운영하다가 체포됐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보석으로 출감했고 이후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구르가온, 델리 등 주택가에서 불법 장기 판매조직을 이끌어 왔다.
경찰은 지난 2000년 그의 병원을 급습했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영업을 허용했다. 한 TV방송이 그 끔직한 불법의료행위를 파헤쳤으나 당국은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언론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 점으로, 불법장기 판매조직과 경찰의 연계 가능성을 정부가 조사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번 이 조직의 암약상이 드러난 것은 한 장기 기증자가 건강을 해친 결과 당국에 고발을 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제보를 받고 경찰이 덮쳤다. 그러나 주범격인 쿠마르는 사전에 피했다. 이 점에 대해 언론들은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리 연통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불법장기 판매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네 명의 의사 중 한 명만 체포됐다. 당국은 델리에 있는 적지 않은 사립 병원들이 일종의 불법 카르텔 같은 것을 형성, 이 불법 장기이식 비즈니스에 공모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토록 많은 장기 기증자를 이 조직은 그러면 어떻게 끌어 모아 왔을까. 경찰의 설명은 이렇다. 신장 기증자를 물색하기 위해 일종의 정찰조가 거리로 나선다. 그들이 주로 가는 곳은 델리나 그 밖의 인근 도시의 일용노동자 시장이다. 그리고 ‘마땅한 대상’으로 판단되면 흥정을 벌인다. 1,000~2,500달러에 신장을 팔라는 흥정이다. 의료테스트 장비를 갖춘 차량도 동원된다. 현장에서 고객의 필요와 부합하는 신장을 가지고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다.
쿠마르의 사무실 급습에서 경찰은 이식수술과 관련된 문의를 띄운 48명의 외국인의 편지와 e-메일이 찾아냈다. 그리고 3명의 그리스인, 인도태생의 2명의 미국인 등 모두 5명의 외국인도 발견했다. 이들은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온 사람들로 보여 진다. 그러나 충분한 증거가 없어 석방됐다.
후한 임금에 현혹돼 갔더니…
강제로 구금… ‘몰 모트’ 신세
올해 25세인 모하메드는 신장을 판다는 것 자체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델리의 노동시장에 나가 하루하루 일거리를 얻어 번 돈을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해왔다. 벌이는 그러나 항상 신통치 못했다.
두 주전 이른 아침 그는 올드 델리 역 앞에 서 있다가 상당히 좋은 조건의 일거리 제의를 받았다. 한 달 반이 걸리는 페인팅 일인데 하루 임금 4달러에,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조건이었다.
그를 실은 자동차는 네댓 시간 동안 달려갔다. 그리고 한 외딴 집에 도착했다. 그 집에서 그는 다른 네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한 방에 수용됐다. 방은 곧 잠기고 이들을 무장 경비원의 엄중한 감시를 받았다. “저항을 하자 경비원이 폭행을 가했다. 그리고 사살하겠다고 위협했다.” 모하메드의 말이다.
거기서 그는 병원침대에 강제로 눕혀졌다. 그리고 정기적인 식사제공과 함께 피검사 등 검사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 씩 끌려 나가 수술을 받았다. 졸지에 몰 모트신세가 된 것이다. 그들은 갇힌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했다. 말을 하면 죽인다는 협박과 함께.
“신장이식 수술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강제로 들것에 뉘였을 때 뭔가 끔직한 짓을 하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끌려간 지 얼마 후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내 신장을 떼어 냈다는 것이다. 의사는 여기서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나 말하면 죽인다고 했다.” 경찰에 구출 된 후 모하메드가 한 말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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