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한국 vs 투르크전
지긋지긋한 골 가뭄을 해갈한 주인공은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뛰는 프리미어리거도, K-리그의 천재 스트라이커도 아니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해결사는 바로 수비수 곽태휘(27.전남 드래곤즈)였다.
곽태휘는 6일 저녁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43분 헤딩으로 선제 결승골을 꽂아넣었다.
무려 549분 간의 무득점 불명예를 깨끗이 씻어버린 골이었다. 한국 축구는 작년 7월18일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전 전반 34분 김정우가 득점포를 쏘아올린 뒤로 7개월여 동안 단 한 차례도 팬들에게 골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전 56분을 더하고 사흘 뒤 이란과 준준결승 120분 연장 혈투, 다시 3일 뒤 이라크와 준결승 연장전 120분까지 골 넣는 방법을 아예 잊어버린 듯 했다.
같은달 28일 아시안컵 3-4위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지만 역시 120분간 골 그물을 흔들지 못했고, 최근인 지난달 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도 한국은 전.후반 90분 동안 골을 넣지 못하고 0-1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곽태휘가 골 가뭄을 풀기까지 한국은 43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강민수(전북)와 함께 포백 수비 라인의 중앙 수비수로 나선 곽태휘는 오른쪽 코너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했다.
키커로 나선 설기현(풀럼)이 김두현(웨스트브롬)과 짧은 패스를 이어받은 뒤 페널티박스 오른쪽까지 몰고 나와 골문 왼쪽에 볼을 띄워줬고 곽태휘가 달려들며 머리에 갖다댔다. 곽태휘는 달려나오던 투르크메니스탄 골키퍼 머리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헤딩 슈팅을 날렸고, 볼은 그대로 골 그물을 휘감았다.
곽태휘는 설기현의 두번째 골 상황에서도 깔끔한 스루패스로 힘을 보탰다. 후반 12분 곽태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박주영(서울)이 뛰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긴 패스를 찔러줬고, 다시 박주영의 패스를 이어받은 설기현이 추가골을 터트린 것. 1주 전 칠레와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던 늦깎이 태극전사가 영웅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곽태휘는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설)기현 형과 눈이 딱 마주쳤는데 나에게 볼을 띄워주더라. 골이 들어가고 박주영 등 동료들이 나에게 달려오는 걸 보고 가슴이 벅찼다며 소감을 전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5년 FC 서울에 입단하며 K-리그에 입문한 곽태휘는 전문 수비 요원으로 3시즌 동안 리그에서 3골밖에 넣지 못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전문적으로 골을 넣는 수비수는 아니었던 셈.
그러나 곽태휘는 작년 하반기 전남으로 이적한 뒤 8월1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리그 시즌 첫 골을 넣었고, 11월25일 FA컵 결승 1차전에서는 후반 42분 결승골까지 폭발시키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기도 했다.
FC 서울이 국가대표 수비수 김진규를 영입하기 위해 전남에 내줬던 곽태휘지만, 그는 둥지를 옮긴 뒤 태극마크를 달면서 꿈을 이룬 데다 결정적인 순간 짜릿한 골 맛까지 보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곽태휘는 FC 서울에서 내 자리를 굳히려는 순간 팀을 옮겨 아쉽기도 했지만 새 팀에서 빨리 적응하자는 다짐을 했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소속팀에서건 대표팀에서건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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