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와 자두나무에 물을 대어 주었습니다.
살구나무는 아직은 만개는 아니지만 연분홍의 화사한 꽃이 많이 피었고, 자두나무 역시 아직은 조금 피었지만 눈꽃보다 더 선명한 하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물골로 물을 대다가 가만히 심호흡을 하고 자두 꽃에 코를 갖다 대었더니 그 진하고 향긋한 자두나무 꿀 향기에 취할 것만 같았어요. 며칠 전까지 마른 나무 같던 나무에서 꽃망울이 봉긋 하더니 꽃을 피우고 그 꽃을 통해 꿀 향을 풍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무와 꽃에게 있어서 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정체입니다. 꿀은 꽃 속에 있는 암수를 수정시키기 위한 보조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암수가 수정이 되면 꽃은 꽃의 사명을 다했으므로 곧 지게 되는 것이고,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작은! 열매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의 생명체가 자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도 단맛인데 이때의 단맛은 누군가가 이것을 먹고 이곳저곳에 자신의 생명의 분신들을 떨어뜨려 주기를 바라는 나무의 염원이 열매로 하여금 단맛을 내게 하지 않았을까요. 실은 열매의 정기는 씨앗이거든요. 거기에 생명체가 있습니다.
씨에는 씨눈이라고 불리는 정기중의 정기와 씨눈을 보호하기라도 하는 듯 씨눈을 꽉 붙잡고 있는 씨몸이 있는데 씨몸은 대개가 지방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씨앗이 발아되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 씨눈은 씨의 몸을 먹고 발아되기 시작합니다.
성서에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많은 씨앗을 맺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썩는다는 것은 씨의 눈이 그 몸을 거름삼아 자라난다는 의미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예전에 함석헌 선생님은 ‘씨알’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셨는데 그것은 생명체의 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암과 수가 만나 생명체가 되면 그 생명체는 신비롭게 성장하게 되는데, 이 얼마나 신비롭고 가슴 벅찬 일입니까? 그러니 생명체 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라는 생명이 소중한 것을 알면 다른 생명체도 소중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이 세상은 생명체를 얼마나 험하게 다루고 있습니까?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서로 아름다움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순리이거늘, 그래서 자연은 서로 서로 도와 함께 더불어 사는 상생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데 사람은 다른 생명체를 무시하기도 하고 업신여기면서 내 생명체만(그저 몸집만) 커지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자기의 생명체마저 병들게 하는 것입니다. 욕심이라는 말은 마음이 차서 넘친다는 의미가 있는데 마음이 차면 생명체의 놀이공간, 즉 여유가 없어서 그 생명체는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비어야 생명체가 활력 있게 살아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옛 어른들이 그렇게 마음 비우는 수련을 한 것입니다.
가지치기를 하고 난 후 빈 나무의 깨끗한 가지마다 아름다운 꽃을 먼저 내보내는 것은 살아있음은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자연의 메시지인 듯합니다.
조규백 <목사>
(661)834-2104 gyubaik@hanmail.net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