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플레 감안 ‘진짜’ 역대 최고치..금값 온스당 1천달러 눈앞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원유에서부터 금.백금 등 금속, 옥수수.콩 등 곡물에 이르기까지 국제 상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인 1980년 오일쇼크 당시의 수준을 넘어서고 금 값은 온스당 1천달러 시대에 성큼 다가서는 등 국제경제에 원자재발(發) 충격파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의 상품 가격 상승은 기본적인 공급 부족 우려 속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속에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연일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으로 원유나 금 등 상품 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61센트(0.7%) 오른 배럴당 102.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에는 배럴당 103.95달러까지도 치솟아 지난달 29일 시간 외 거래에서 기록했던 103.05달러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인 1980년 ‘오일 쇼크’ 당시의 103.76달러(당시 가격은 38달러)도 28년 만에 넘어서 ‘진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WTI는 1년 전에 비해서는 68%, 미 중앙은행이 5차례 연속된 금리 인하 조치를 시작한 작년 9월18일 이후로는 27% 상승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장중에는 102.29달러까지 상승, 1988년 원유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MF글로벌의 존 킬더프 부사장은 에너지시장이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다시 최저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인플레 우려에 사로 잡히고 있다면서 미군의 소말리아 반군 은신처에 대한 공습도 지정학적 불안감을 자극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한때 유로당 1.5275달러를 기록하는 등 1999년 유로화 등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지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금과 백금, 구리 가격도 잇따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NYSE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이날 지난주 종가보다 9.20달러 오른 온스당 984.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값은 장중에는 온스당 992달러에 거래되며 1천달러선에 근접, 역대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17% 올랐다.
애드리언 데이즈 어셋 매지니먼트의 애드리언 데이 회장은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온스당 1천달러의 금값이 정점이 아닐 것이라고 말해 상승세를 지속할 것임을 예상했다.
4월 인도분 백금 가격도 이날 온스당 2천245달러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3월 인도분 은 가격도 이날 26센트 오른 온스당 20.07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나 장중에는 온스당 20.61달러까지 오르면서 1980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5월 인도분 구리 가격도 이날 7.35센트 오른 파운드당 3.9285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가격도 콩과 옥수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곡물가격도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면서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콩은 3.3% 오른 부셸당 15.86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인도분 옥수수도 장중에 부셸당 5.7375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앞서 밀 가격도 지난달 27일에 부셸당 13.4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이 같은 상품 가격의 고공행진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제품 가격의 연쇄 상승을 불러와 국제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소비를 위축시켜 국제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고유가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지난 6주간의 휘발유 소비가 1년 전에 비해 1.1% 줄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때의 일시적인 현상을 제외하면 16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며 고유가로 미국인의 에너지 소비습관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집을 직장 근처로 이사하는가 하면 대형차 대신 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는 국제유가를 따라 급등한 휘발유 가격과 경기 둔화가 그동안 휘발유를 마구 써왔던 미국인들의 에너지 소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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