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온] 싱글앨범 시대의 명암
적게는 1곡 많게는 3,4곡까지 수록한 소규모 앨범인 싱글이 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가수들이 싱글을 발표한 뒤 정규 앨범으로 모아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 됐다.
한국 시장도 이런 흐름이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싱글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차츰 활성화 되고 있다. 2006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만 2년간의 온라인 음원 사이트 멜론 차트 상위 50위를 분석한 결과 이른 흐름은 더욱 가속화 되는 추세다. 싱글 시대가 가요계에 던져주는 빛과 그림자를 쫓아봤다.
2개월마다 신곡 연중무휴
적지만 꾸준한 수입 가능
지난 2년 동안 멜론 차트 상위 50위에 이름을 올린 곡은 총 447곡이다. 수치상으로 1개월에 총 18곡의 신곡이 나왔다. 노래 한 곡은 차트에 2개월 가량 머물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에픽하이의 <러브 러브 러브>와 빅뱅의 <거짓말>등 단 2곡이 7개월 동안 머문 것이 가장 긴 것을 보면 짧게 그리고 자주 활동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활동 주기가 짧아지면서 아예 활동을 쉬는 공백 기간을 따로 가지지 않는 ‘연중 무휴’ 가수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전에는 음반 1장을 100만명에게 파는 것이 목적이었다. 음반시장이 고사상태에 빠지면서 최근에는 골수 팬 5만 명에게 음원 5곡을 다운받도록 하는 게 정석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수의 활동 주기가 짧아지고 지속적으로 신곡을 발표해야 한다. 따라서 싱글이 음악시장에 보편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빅뱅의 경우 2년 동안 총 11곡을 차트에 올렸다. <거짓말><마지막 인사>를 비롯해 <바보><위 빌롱 투게더(We Belong Together)><더티 캐쉬> 등 싱글 3장과 미니앨범 1,2집 그리고 정규 1집의 수록곡들을 순위에 올렸다. 활동을 시작한 2006년 8월부터 신곡이 나오는 것이 평균적으로 3개월을 넘기지 않고 있다. 소녀시대 sg워너비 엠씨더맥스 등도 이런 형태의 활동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시장 수익의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앨범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는 앨범 판매 수익에 많은 비중이 있었다. 최근에는 싱글 발표로 온라인 음원 수익이 활성화 되면서 컬러링, 벨소리, 미니홈피 배경음악 등으로 ‘원소스 멀티유즈’에 음반제작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싱글의 보편화는 ‘계란은 한 바구니가 아닌 여러 곳에 나눠 담는다’는 투자 격언처럼 대박 앨범을 노리지 않고 싱글로 기본 타율은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투자성향은 업체의 체질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 가요 제작자는 “음반 시장이 고사상태에 빠지면서 싱글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신곡을 계속 내면서 소규모 수익이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회사의 자금 순환이 빠르고 지속적으로 돌면서 업계의 체질 변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듣는 대중 역시 싱글 시대를 반기고 있다. 음악 소비자들은 1,2곡을 제외하고는 ‘구색 갖추기’ 식으로 끼어넣었던 앨범보다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라디오, 방송 등의 모여서 음악을 듣는 대중 매체 보다 MP3나 컴퓨터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혼자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개인 취향에 맞는 1,2곡의 노래를 골라 듣는 분위기가 싱글 시대와 잘 부합되고 있다.
반짝인기 노린 기획 범람
쉽게 소비… ‘명곡’ 사라져
싱글 시대가 열리면서 음악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빈번하게 싱글에 발매되면서 유행이나 화제성에 기댄 곡이 양산되고 있다. 이는 유행에 따라 노래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명곡이 사라지게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중가요의 수준이 질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행이나 화제성에 기반한 기획물의 범람은 자밀라 현영 등 기존 가수가 아닌 이들도 손쉽게 싱글을 발표하는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섹시 컨셉트를 통해 반짝 인기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화제성을 노린 기획은 신곡보다 기존 히트곡의 리메이크 등 안전한 행보에 치중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리메이크 곡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멜로디에 새롭게 편곡을 가한 곡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밑바탕으로 안전성을 확보한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메이크 곡은 신선도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2개월 이상의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른 가수들의 피처링 참여 역시 싱글 발매를 위한 1회성 이벤트 인 경우들이 많다.
앞선 예들은 대부분 노래의 완성도 보다는 화제성에 치우친 기획이다. 화제성을 빌리다 보니 장기간 인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근시안적인 기획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요계의 음악적 완성도는 자칫 퇴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싱글 범람은 근시안적인 기획을 야기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음악 수준을 퇴보시킨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낳고 있다.
수명이 짧아진 것도 또 다른 그림자다. 차트에 이름을 올린 총 447곡 중 1개월 이하 동안 차트에 머문 곡은 총 113곡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한다. 2개월까지 범위를 넓히면 수치는 배로 늘어나 50%에 달한다. 시중에 인기를 얻는 노래 중 절반이 2개월이면 수명을 다한다는 이야기다. 2개월의 수명은 제작자와 작곡가의 의도가 다분하게 담겨진 결과다. 2개월 동안 인기를 얻을 만한 곡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텔미>의 성공 이후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따라하기 쉬운 춤은 최근 히트 곡들의 공식이 돼버렸다. 최근 대부분의 노래들이 장르를 떠나 곡 초반이나 후반에 전자음에 차용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담는다. 대중의 귀에 쉽게 멜로디를 각인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이런 흐름은 음악이 짧은 기간 소비되는 풍조를 일반화 시키고 있다.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싱글 시대가 오면서 음악 자체가 가벼워지고 쉽게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서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 오래 사랑을 받았던 ‘스테디 셀러’가 더 이상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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