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 금리인하보다 유동성 공급대책 치중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시 제로금리 가능성 대두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 미국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또 다시 0.75%포인트나 대폭 인하해 2.25%로 하향조정했다.
또 FRB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긴급유동성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재할인율을 지난 주말 기습적으로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날 또 0.75%포인트 낮춰 2.50%로 하향 조정해 불과 며칠 사이에 1.0%포인트나 전격 인하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금리가 어디까지 하향조정될 수 있을지가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세계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금리인하는 주택가격 급락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발생, 미국 경제에 위기의 신호음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던 작년 9월이후 6번째이며 그동안 금리인하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폭적으로 그리고 초고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FRB의장이 이날 FOMC 성명서를 통해 경기하강의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돕는데 필요한 조치를 시의적절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분명히 열어 놓았다.
이는 미국의 금융시장이 정상 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또 베어스턴스와 같은 제2의 대규모 부실 금융기관이 나올 경우에 자본주의의 엔진이 타들어가지 않도록 윤활유인 유동성을 언제든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경우 미국 금리가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FOMC회의의 결정이 공세적인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시돼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고 FRB가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의 격차를 그동안 유지해오던 0.50%포인트에서 0.25%로 축소했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금리인하보다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금리인하는 금융시장의 기능의 회복과 경제침체 위험 완화라는 목적을 달성해 경제에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 달러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위험증가 등 경제에 무차별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재할인율 격차축소..유동성공급 치중시사
FRB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창의적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이후 발생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전통적인 통화정책인 금리와 재할인 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유동성 공급장치를 잇따라 개발해 내놓았다.
경매방식을 이용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간입찰대출(TAF)’과 주택저당증권(MBS) 등 유동성이 떨어진 채권을 담보로 현금과 다름없이 유동성이 뛰어난 국채로 빌려주는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 예금은행들에게만 허용해오던 재할인 창구를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 딜러들에게까지 개방한 `프라이머리 딜러대출(PDCF)’ 등이 새로 나온 대표적인 유동성 공급장치들이다.
일명 `재할인제도의 사촌’이라고 불리는 PDCF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주요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에게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제도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FRB는 이 제도를 내놓으면서 PDCF를 최소 6개월 이상 운영하고 여건에 따라서는 그 이상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혀 기존의 예금은행 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기관들에까지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담당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파산해 금융시장과 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FRB는 또 PDCF를 이용한 대출에 적용하기로 한 금리인 재할인율을 이번에 대폭 낮추고 재할인율과 연방기금금리와의 차이도 0.25%포인트로 줄여줌으로써 모기지 상품 손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들에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기회를 줬다.
버냉키 의장 등 통화정책결정자들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예상했던 1%포인트나 1.25%포인트 인하하는 안을 선택하지 않고 0.75%포인트를 내리는데 그친 것은 이런 유동성 공급 장치들이 경제에 전방적으로 충격을 주는 대폭적인 금리인하보다 훨씬 안전한 정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로금리 가능성도 대두
미국 금리가 앞으로도 대폭 인하될 여지가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고 일본식 제로금리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FOMC는 이날 성명서에서 경기하강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고 또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인 집값 하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다.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미국경제 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집값 하락이 계속돼 전체적으로 25%까지 떨어지고 지역에 따라서는 50%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식 장기불황을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통화정책결정자들이 금리를 0.75%포인트씩 대폭적으로 거듭해서 인하하면 0%로도 갈 수 있다며 일본식 제로금리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는 2003년 6월에 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0%를 기록한 바 있다.
jae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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