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양나라 무제. 보통(普通) 8년. 정미년 (서기 527년) 9월의 일이다. 공맹과 노장의 가르침이 중국 천하를 주름잡던 시대.
스승의 명을 받아 남인도에서 민중을 교화하던 한 노스님이 중국으로 건너가 당시의 황제인 무제를 만나게 된다.
무제가 스님에게 묻는다. “짐이 왕 위에 오른 이래 절을 짓고 경을 쓰고, 스님들을 양산한 것이 셀 수 없는데, 어떤 공덕이 있소?”
대사가 대답했다. “아무 공덕도 없습니다.” 약간 속이 상한 황제, 다시 추궁한다. “짐을 대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요?” “모릅니다.” 물론, 무제는 알아듣지 못한다. 이렇게 인도의 명상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게 된다.
한참 때를 거슬러 기원전 2세기. 저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의 북인도 정복 후 그를 이어 인도 총독이었던 밀린다왕. 논리의 대명사인 그리스정신에 투철했던 그는 삭발 수도승 나가세나라는 스님을 초청하려고 사자를 보냈다. “밀린다왕이 나를 초대한다면 <나> 나가세나 기꺼이 갈 것이다. 그러나 왕에게 이렇게 전하라. 나가세나는 없다. 그가 나를 초대했으므로 나는 갈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이다-.” 시자는 몹시 당황했다. 만일 나가세나 스님이 없다면 누가 올 것인가. 이 말을 전해들은 왕 역시 당황했다. 왕은 혼자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가 수수께끼를 말하고 있구나. 여하튼 빨리 오라고 해라.” 이렇게 나가세나를 만난 왕은 몇 날을 두고 수많은 대화를 통해서 겨우 말귀를 알아듣는다.
공식적으로 인도불교가 고대유럽인과 접촉한 첫 번째 역사적 사건이다.
그로부터 2천 여 년이 지난 지금. 지난 20세기를 지나면서 서양에서현대물리학과 정신분석학 등의 발달로 이젠 스님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양 지성인들 스스로가 불교의 가르침에 매료되고 있다. 그래서 아놀드 토인비 같은 경우는 20세기 최대의 역사적 사건으로 유럽으로의 불교 전래를 꼽기도 한다.
머지 않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처하는, 신의 믿음 아래 나라를 세웠던 미국에서 1700년 불교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동포불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할 것인가?
비록 빠른 속도로 서양 지성인을 중심으로 불교가 전달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부처님이 인도인인지 조차 모른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 하여 불제자 각자 각자가 자기가 처한 처소에서 인연 따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심화 있게 익히고 주변에 한 마디라도 전할 일이다.
▶범휴 스님은 현재 아리조나 주 세도나 산중 토굴(토사)에서 개인 수양에 정진하고 계시는 스님으로 석탄일에 앞선 오는 9일 저녁 7시 휴스턴 남선사에 초청돼 “현대인과 명상 (생활 속의 불교)” 제목으로 특별 설법을 한다.
범휴 스님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으나 청화 큰 스승과의 인연으로 지리산 백장암에 입산, 1986년 용타 스님을 은사로 수계 득도했다. 백장암, 태안사, 범어사 원효암,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 미얀마 마하선원, 일본 국제선원 수선안거, 최근 미국 가주 삼보사 주지 (5 년간), 현재 세도나 토사에서 개인 수행 중인 선승이다. 그는 이 시대의 선지식 큰 스님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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