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러 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투표자 신분증명 의무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증폭될 조짐이다.
특히 이 문제는 법리적 논쟁을 뛰어넘어 대선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당파적 이해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인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상당한 논란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문제의 핵심은 부정투표 행위 방지를 위해서는 투표자의 신분증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런 규제는 투표율을 떨어뜨려 정파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
신분증명이 필요하다는 쪽은 지난달 연방 대법원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고무돼 있다. 즉 부정투표 방지를 위해 투표자에게 사진이 부착된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을 제시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판결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을 제시토록 한다면 가난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이런 신분증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투표를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민주당의 인디애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80-90살의 수녀 10여명이 운전면허증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현재 인디애나주 등 7개 주에서 투표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미주리, 플로리다, 캔자스 등 19개 주는 시민권자임을 증명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시민권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출생증명서 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인 중에서도 출생증명서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미주리주에 사는 릴리 루이스라는 여성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태어난 미시시피주에는 자신의 출생과 관련한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14일 사설에서 시민권자임을 증명토록 한 것은 비시민권자들의 투표를 막겠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낮춰 대선승리를 꾀하려는 공화당의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장벽을 두게 되면 특히 가난한 사람, 인종적 소수자, 학생 등 상대적으로 운전면허 소지 가능성이 낮으면서 민주당 지지성향이 높은 유권자 집단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공화당은 보는 것 같다며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이같은 법안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도 사설을 통해 불법 이주민들은 체포와 강제추방의 우려 때문에 경찰 등 정부 관리로부터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하는데 범죄행위인 부정투표를 하겠느냐면서 더 큰 문제는 투표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거나 불법적인 유권자가 투표를 하려는 게 아니라 선거일에 투표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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