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갈릴레오는 수도원 생활을 마치고 17세에 아버지 뜻에 따라 피사 대학에서 의학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성당의 등이 일정 간격을 두고 흔들리는 것을 관찰하여 흔들이의 등시성(等時性)을 찾아내 진맥에 응용할 만큼 평소 물리학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의학을 접고 물리학-천문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파두바 대학에서 교편생활을 하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연구한 그는, 자신이 제작한 망원경으로 목성 주변의 위성을 발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생각했던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결국, ‘천동설은 엉터리’라는 주장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돼 감옥 형을 선고 받은 갈릴레오는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고 투덜거렸다.
과학 역사학자 토마스 쿤은 1962년‘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저서에서 지동설이 천동설을 뒤엎은 혁명적인 변화를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불렀다.
한 시대 특정 분야의 학자들이나 사회전체가 공유하는 낡은 이론이나 법칙, 지식, 가치관, 사고방식을 뒤엎고 새로운 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한다.
패러다임 전환 바람은 대학입시에도 꾸준히 불고 있다. 지난주, 스미스 대학이 2009년도부터 입학 사정에서 SAT 점수를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좋은 예다.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넴, 낸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키워내고, 작년에는 훌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자 14명을 배출하여 학문적 최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자 대학이 표준시험과 결별을 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케롤 크리스트 학장은 두 가지 이유를 말한다. 표준 시험은 여학생, 소수민족, 저소득층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학업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 때문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과 표준시험 점수가 대학학업 수행능력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스미스 같이 작지만 매서운 리버럴 아츠 대학들이 SAT 점수 요구를 철회한 것은 이미 오래 되었다. 1969년 보우도인 대학을 위시해서, 베이츠, 미들버리, 해밀턴, 마운트 홀리욕 등이 그 예이다.
이외에도, 아직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리처드 애트킨스 UC-버클리 총장은 학생을 시험치는 로봇으로 만드는 표준시험을 신입생 전형에서 없애야 한다고 2002년도에 주장 한바 있다.
학교성적은 잘 나오지만 표준시험, 특히 영어과목에서 고전하는 한인 학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SAT 점수가 높은 학생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누구나 믿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별로 검증된 바 없다. 베이츠 대학이 지난 20년간 7,000명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SAT 점수를 제출한 학생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의 대학 재학 시 평점은 각각 3.11과 3.06으로 거의 차이가 없고, 졸업률은 오히려 86.6%, 86.7%로 점수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 그룹이 더 높으며, 전문 대학원 진학율에도 차이가 없다.
지난 10월10일자 필자의 칼럼에서 언급된 UC-버클리의 연구조사도 표준 시험점수 보다는 고교성적이 대학과정 이수능력을 더 잘 예측한다고 동의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데는 1700년 이상 걸렸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의견을 표현하는 기회는 없고 다만 정답 찍는 기술만 요구하는 표준시험이 진정한 측정도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사회전체가 공유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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