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시작 30년만에 원산지 뉴질랜드 제쳐
천혜의 토양 갖춘 중부지역이 중심지
와인용 포도보다 수익률 3배나 높아
연 40만 톤 수확 미국으로 다량수출
이름이 암시하듯 이곳 이탈리아 캄포베르데에서는 사방으로 초록색 밭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한때 포도가 주름잡았던 이곳에 새로운 왕이 등극했다. 그의 이름은 ‘키위’다.
가능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이탈리아는 뉴질랜드를 추월해 털이 난 이 요상한 과일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됐다. 뉴질랜드는 ‘차이니스 구스베리’로 불리던 이 과일에 키위라는 이름은 지어 준 나라이다.
‘키위’ 하면 이탈리아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 단어 속 2개의글자는 이탈리아 알파벳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키위재배는 붐을 이루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40만톤이 넘어서고 있으며 한때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이지역 농부들에게 많은 부를 안겨주고 있다.
키위 나무는 포도를 재배하던 땅에 수월하게 적응했다. 긴 고랑에 심는 것부터가 비슷하다. 가느다란 줄기는 포도처럼 나무 대에 묶이고 가지들은 캐너피처럼 사방으로 늘어진다. 마치 포도나무 같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포도밭이다. 이곳 이탈리아 중부의 라티나 주는 무솔리니 시절 습지의 물을 빼 농지로 개간한 곳. 여기서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지아니 코스미는 재배작물을 점차 키위로 바꿔왔다. 아직도 50에이커 정도는 와인을 위한 포도를 재배하지만 35에이커에는 키위를 심고 있다. “포도와 와인을 역사라 한다면 키위는 모험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코스미의 말이다.
이탈리아가 생산하는 키위의 80%가 수출된다. 대부분은 유럽지역이고 15% 정도가 미국으로 들어온다.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 지역 생산자들과 반대 되는 계절에 수출함으로써 미국에서 일년내내 키위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키위는 포도보다 훨씬 많은 물을 줘야한다. 대신 초록색의 이 시큼한 과일은 포도보다 3배나 많은 이익을 안겨 준다. 키위 재배에는 노동력이 많이 소요된다. 완벽한 모양의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열매를 맺기 전에 꼬투리 모양을 보고 아니다 싶은 것들은 일일이 떼어 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키위가 가장 잘 열리는 곳은 중부 이탈리아. 뛰어 난 토양 때문이다. 이 지역은 겨울에 비교적 온난하고 여름에는 폭염이 내리 쬐지 않는다. 땅은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 토질이다. 그리고 약간의 비료만 쓸 뿐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오개닉이다.
라티나에 키위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30년전으로 레나토 캄폴리가 선구자이다. 무언가 새로운 작물을 찾고 있었던 그는 토마토와 비트 등을 재배했지만 수입이 신통치가 않았다. 스웨덴에 있던 친구가 오면서 가져다 준 것이 키위. 그래서 이 작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떻게 심는지, 물은 어떻게 주는지, 가지치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 캄폴리의 회고이다. 첫해 그는 포기하려 했다.
수백박스의 키위를 수확했지만 판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인근지역에서 동업자가 나타나 이것을 처분할 수 있었다.
캄폴리는 조금씩 틈새시장을 만들어 갔다. 그러던 것이 키위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비즈니스 또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계절이 정 반대인 남반구 지역 생산의 갭을 이탈리아 키위가 메워준 것이다. 그러면서 캄폴리의 인생도 바뀌어 나갔다. 5에이커였던 그의 농장은 이제 50에이커에 달한다. 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갔던 아들은 환경공학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를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키위 재배에 손대기 전 그는 이 과일을 맛본 적조차 없었다. 그의 친척들은 맛이 너무 시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새로운 품종을 확대해 가고 있다. 노란색 과육의 ‘키위골드’가 그것이다. 달콤한 이 키위는 뉴질랜드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캄폴리 같은 재배자는 이 회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후 재배하고 있다. 들리는 말에는 빨간색 키위도 개발 중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키위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키위를 많이 먹는다. 미국인들에 비해서는 1인당 소비량이 7배나 많다. 키위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젠 바나나나 사과보다 불과 몇 센트 더 비싼 정도이다.
35에이커의 농지에 키위를 재배하는 지아니 코스미가 키위 재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개닉’ 집중 부각
이탈리아산 키위 대대적 홍보 돌입
이탈리아가 세계최대의 키위 생산국이 됐지만 아직 키위가 국민들 문화 속까지 침투해 있지는 못하다. 마늘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길로이에 서 있는 초대형 마늘 상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또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열리는 올리브 축제 같은 페스티벌도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전직 시장 출신으로 ‘키위 컨서시엄’ 대표이기도 한 코스미는 그래서 키위 홍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업계 잡지를 발간하고 연 2회 키위 컨벤션을 열고 있는 컨서시엄은 곧 라디오와 TV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광고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빌보드 등 홍보에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한다는 구상. 마켓 확대를 위해 무엇보다도 키위가 환경친화적이라는 것에 홍보의 중점을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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