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LA기윤실은 건강교회 포럼을 가졌는데 그 때 다뤘던 주제 중 하나가 한국 선교에서의 윤리문제였다. 발제자로 나온 백운영 선교사(GP선교회 미주대표)는 한국교회의 전시 및 물량위주의 선교와 동역자에 대한 배려를 상실한 경쟁위주 선교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한국 선교가 건강성을 잃어버린 이유 중에 선교사가 파송 교회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점도 있다는 것이다. 후방교회가 선교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선교정책을 좌지우지 하다 보니까 선교 현장에서 무리가 뒤따르고 무리는 비윤리를 가져오게 한다는 지적은 여러 군데에서 나오고 있다.
타문화권 선교는 쉬운 일이 아니고 빠른 시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는 고도의 전문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에 의하여 전문적인 기술을 동원하여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가슴이 뜨겁다고 마구잡이로 덤벼들었다가는 피선교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긴 안목으로 보아 선교에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지역교회가 선교의 전문성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는 선교 외에도 하여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 선교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로 하여금 선교사를 선발, 훈련, 파송, 관리하게 하고 선교 전략의 수립 및 집행도 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이다. 교회는 해외선교를 한다고 요란하게 설치기보다는 조용히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그런데 일부 대형 교회들은 “우리는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 선교기관 같은 전문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교회가 선교에 임하는 안목이다. 지역교회와 그 지도자들은 목회 중심의 안목을 지닐 수밖에 없어서 현장위주의 선교정책에 접근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선교의 초점을 후방교회의 요구에 맞추게 된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요즘 유행하는 단기선교다. 선교는 선교지에서 거주하는 장기선교사들의 주도하에서 이루어지고 단기 선교의 역할은 이 장기선교사들을 돕는데 그쳐야 한다. 그런데 한국선교의 단기선교는 장기선교사들의 지도를 무시하고 전적으로 후방교회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목적이 성도들을 선교지에서 은혜 받아 교회에 돌아와 더 뜨겁게 봉사하라는 것이어서 구태여 장기선교사의 지시대로 현장위주 사역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선교의 주체가 선교기관에서 교회로 옮겨간다는 요즈음의 추세는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교회가 선교에 대한 정책 결정권도 독점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비롯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교세를 불려야 한다는 교회의 이익 추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교권 추구, 이익 추구가 보이지 않게 밑바탕을 이루고 있을 때 윤리적인 선교, 건강한 선교, 현지인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선교가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바로 이러한 교회의 교권 추구적 선교는 경쟁적이고 전시적이고 물량적이고 단기성과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단위 교회는 몇 년도까지 선교사 몇 명을 파견한다는 식의 물량적인 목표를 내세우게 되고 그것을 위해 교회는 교인 몇 천 명을 확보해야 한다는 가당치 않은 논리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선교가 교회의 양적 팽창의 명분으로 이용당하는 것 같아 일선에서 수고하는 선교사님들께 죄송한 생각마저 든다. 건강한 교회 없이는 건강한 선교를 기대할 수 없다.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대학 학장)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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