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은 학교 없이도 살수 있음을 깨닫는 기간이다. 지식 및 인격 성장이 학교의 교사, 교과서, 교육과정에 의지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간이다.
학교 교육이 극히 일부 학생들에게만 이익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을 맹신한다.“최면에 걸려있다”가 좀더 정확한 표현이다. 가장 심각한 최면은 지식습득을 위해서는 자격증을 가진 교사의 가르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A를 준 적이 없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내 클래스에서는 A를 꿈도 꾸지 마라”는 자아도취에 빠진 협박형에서부터“나는 음악전공이지만 학교에 수학교사가 모자라 대신 들어와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라”며 실력부족을 감추는 변명형에 이르기까지 수준이 들쑥날쑥 이다.
이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은 ‘주정부 발행 교사자격증 소지자’라는 것이다. 학생이 배우기 원하는 내용보다 지역학군이 제시하는 교과목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을 가르치는 수업방식이나, 각자의 소질을 차별 못하는 시험지 한 장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개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나아가, 그들을 체계적으로 점수와 증서의 노예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함구하고 말이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아도, 도서관, 박물관, 인터넷, 산업현장을 통한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지식습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장소에서 자격 교사를 통한 교육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식 전달과정을 제도화하고 독점함으로써 학생들을 정부와 기업 지도자에게 굽신거리는 순종자와 분별력 없는 소비자로 만들려는 의도이다.
‘감시와 처벌’을 쓴 프랑스 사상가 푸코는“학교는 범시각적 감옥(panopticon)같이 지배자의 뜻대로 학생을 길들이는 곳”이라고 비판한다.
중앙 감시탑을 중심으로 원형둘레에 감방을 설치, 감시자는 모든 감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나 죄수들은 감시자를 볼 수 없게 만들어, 감독관이 있건 없건 항상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도록 설계된 팬옵티콘은 자신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성패를 좌우하고, 개인의 가치까지 정해준다고 생각하는 학교 졸업장 또는 자격증이 스스로를 감시하는 일종의 감시관들이다. 그것들을 맹신하여, “학교를 다니지 못해 나는 가난하게 되었다” “자격증이 없어 되는 일이 없다”는 거짓믿음에 빠지고 그것들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는가.
이래서 사람들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배움으로 착각하고, 졸업장을 손에 쥐면 지식과 실력을 겸비한 것으로 오해한다. 졸업식장에서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교복을 찢기보다, 정작 뒤집을 것은 아무도 없는 감시탑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이요, 찢을 것은 허수아비 감시관 격인 졸업장이다.
날개도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공간, 푸른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양계장의 닭들은 기계로 찍어낸 것같이 똑같은 크기와 색깔의 계란을 대량생산 한다. 반대로, 울타리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닭의 계란은 밤색, 살색, 노란색 등으로 색깔도 제 각각이고 값도 2배나 높다.
닭장 속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슷하게, 학교라는 체제아래 대부분 학생들은 부서지고, 치이고, 버려지고, 소외된다.
양계장 닭의 유일한 탈출구는 도살장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 학생들에게는 도살장이 아닌 여름방학이 있다. 학교로부터 해방되는 기간을 또 다른 모습의 도살장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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