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에 비너스 같은 아름다움을 갖춘 한 여인이 관능미로 그 지역을 환락가로 타락시켰다. 그 향락의 수위는 점점 세상이 떠들썩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그 여인을 신에게로 이끌어 자기의 고향을 악에서 건지려는 사명감에 가득 찬 한 젊은 수도사가 문제의 그 여인과 대면을 한다. 신에게 귀의할 것을 종용하자, 그 여인은 ‘쾌락’ 외에는 삶에 아무런 기쁨이나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런 그녀도 자신의 미모가 시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거울아 말해다오. 내가 아름답다고. 내 장밋빛 입술은 시들지 않고 금빛 머리카락은 언제나 빛이 난다고. 영원히 변함없는 이 모습을…’ 하면서 거울에다 열렬한 소망을 노래한다.
호사스런 사교생활에 싫증이 난 그녀는 그 수도사가 들려준 ‘신께 귀의하여 봉사하는 기쁨을 얻으라’는 설교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갈등한다.
그런 그녀가 그 수도사의 뒤를 따라 수도원으로 갈 결심을 할 때 바이얼린의 선율이 들려온다. 그것이 바로 ‘타이스의 명상’으로 알려진,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서 나오는 ‘간주곡’(intermezzo)이다. 이 곡은 방탕한 생활로부터 돌이키는 타이스의 내적 변화를 묘사한다.
고요하고 느리면서 격정적이기도 한 이 선율은 분주한 마음으로 듣기에는 불편하지만, 하던 일들을 다 내려놓고 눈을 감고 가만히 명상하며 듣는 게 최상이다. 아마도, 오페라 ‘타이스’의 중간에 이 ‘간주곡’이 빠진다면, 그 뒷 장면의 효과는 그다지 극적이지 못할 것이리라!
이 곡이 흐르는 동안 무대에서는 뜻밖에 한 ‘성녀’가 탄생하지만 그녀의 관능적 외모와 뇌쇄적인 춤에 취해 있던 그 도시의 한량들에게는 이 소식이 청천벽력이었다. 이렇듯 삶은 한 가지의 성격을 가진 주제가 나중에 다시 재연되는 ‘소나타 형식’보다는 ‘탕녀’가 성녀가 되는 예상 밖의 급반전도 있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앤젤레스 성당 내부 벽에 걸린 성인화는 LA에 사는 사람들을 모델로 한 것인데, 벽화의 모델들은 인터뷰에서 자기의 얼굴이 성인(saint)이 되어 LA의 명소 성당 벽화에 걸린 것을 보고. 삶에 대한 자세와 결심을 다시금 하게 되었단다. 한 번 성인이 되어 보아야겠다고…
차가운 겨울이 봄을 거쳐 여름을 향해 바삐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올해도 중반으로 접어든 6월이 되었다. 가을이 풍성한 결실을 맺기 전 이 여름의 초입에서 잠시 숨을 돌리듯, 나도 지나온 걸음을 돌아본다. 불혹의 나이로 인간 평균수명의 반을 지나가고 있는 내 인생도 어느덧 ‘간주곡’의 시점에 서 있다.
마스네의 ‘명상곡’과 함께 조용히 눈을 감고 지나온 시간들을 감사하면서, 지금까지 나를 몰고 다닌 복잡한 생각과 말들 속에서 나쁜 습관들은 비워 버리련다. 올해 후반에 새롭게 맞이하여 익숙해지고 싶은 좋은 마음, 좋은 생각, 그리고 좋은 말들을 고요한 마음에 담아 본다.
■김양희 음악박사: ‘보헤미안’ 및 ‘LA 오페라 어소시에이션’의 뮤직 디렉터.
라디오서울 ‘김양희의 이브닝 클래식’ 진행자. sopyh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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