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수업을 마치면 자주 가는 라면집이 있었다. 허름하고 초라한 가게였지만 어쩐지 그 가게에만 가면 마음이 편하고 부담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만일 그 가게가 고급 경양식 가게처럼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세련되었다면 비록 라면을 팔더라도 비쌀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머니가 가벼운 내가 쉽게 애용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일식당을 개업했다가 어려움에 빠진 분을 만나게 되었다. 전직 패션 디자이너였던 그 분은 미적 감각이 남달라 보였다. 인테리어도 직접 했고 뉴욕에 있는 유명 일식 퓨전식당을 많이 참고해서 가게를 창업했다고 하셨다. 도시적이고 창의적인 실내 분위기, 요즘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는 일식과 프랑스 음식을 섞은 메뉴, 그 가게 자체만 보면 상당히 훌륭해 보였다. 하지만 그 가게가 위치한 지역과 연결시켜서 생각해 보면 그 가게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동네는 유대인이 많이 사는 상류 지역이었지만 그 곳은 상업 지역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주택가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막연히 부자 동네니까 특이한 음식과 훌륭한 인테리어를 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장님의 생각과는 달리 그 지역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올 수 있는 분위기와 음식이 필요한 지역이었다. 왜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데 장사가 안 되는지 억울해 하는 그 사장님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원하고 만들고 싶은 식당만 있었을 뿐이지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이렇듯 식당을 새로 창업하는 분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자신의 생각에 너무 집착해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생략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과 고급스런 실내장식을 하면 무조건 손님은 올 것이라 여기는 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그것이 손님의 관점이 아닌 식당을 창업하는 주인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왜 장사가 안 되는지도 모른 채 어려움만 겪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식당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 시작하려는 식당이 왜 그 곳에 있어야 하는지 존재 의미를 내 관점이 아닌 손님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연구하는 자세이다. 일단 투자를 결정하고 사업을 시작할 때는 철저하게 손님의 입장을 고려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완벽하게 주인의 취향과 원하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것을 무시하고 성공한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십년이 넘게 식당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식당은 음식만 잘 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사람의 오감을 다 만족시켜야 하고 더 나아가 손님의 마음이 우리 식당을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할 때부터 또 식당을 운영하면서 항상 손님의 마음을 읽는 것에 생명을 걸고 또한 손님의 관점에서 모든 사물을 해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내가 원하는 식당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식당을 만들어라.
2. 생각만큼 생산성이 있는 것은 없다. 늘 손
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라.
3.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손님의 마음을 사
로잡도록 노력해라.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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