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8월,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와 독일의 피터 하벨러 두 산악인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히말라야의 가셔브룸(8,068m)을 알파인 등정방법으로 57시간 만에 오른 것이다.
그 당시 8,000미터급 고봉에 오르는 방법은 전통적 대규모 원정방식인 극지법이었다. 남북극 탐험에 사용되는 극지법은 2~3개월을 작정하고 대규모 인력과 물자를 동원, 시발점인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4~5개의 전진 캠프를 세워나가며 점차적으로 정상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반면, 알파인 방법은 알프스의4,000미터급 산을 오르는 방법으로 산소통, 세르파, 포터, 전진캠프도 없이 정상에 도전하는 것이다.
메스너와 하벨러가 히말라야 봉우리를 알프스 등정하듯 올라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위 동료와 언론들은 “쇼맨십에 빠져 겁 없이 무모한 일을 꾸미는 사람들”이라고 조소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히말라야 등정에는 극지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높은 곳에 기어오르는 것은 어린이의 본능이요, 자신을 넘어 좀더 높은 위치에 이르고자 하는 것은 인간 모두의 바램이다.
이를 위해 베이스캠프와 전진캠프 역할을 하는 학교에 적게는 12년, 많게는 20년씩 의존한다. 과연, 각급학교를 점진적으로 거치는 제도적 교육이 유일하게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방법일까.
170년 전, 의무교육은 산업혁명을 맞아 도처에 공장이 들어섬에 따라 기업주와 정부에 순종하는 노동자를 양산하기 위해 시작됐다. 1915년 의무교육이 고등학교까지 연장된 것도 숙달된 기술자에 밀려 기술 없는 단순 노동자의 실업률이 급증하며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자 길가에 나온 그들을 학교로 흡수시켜 규율을 잡으려는데 있었다.
한 공장, 한 나라를 위해 충성 봉사하는 일꾼양산과 질서유지를 위한 과거의 의무교육 제도는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인수합병, 구조조정, 경영혁신의 바람이 불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무질서에 가득 찬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는 변화에 대한 개방성과 필요에 따라 주거지와 직장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애당초 사회생활의 능력을 키워주는 기능을 가진 곳이 아니다.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네소타 주지사 팀 폴렌티가“배울 것 없는 교과목으로 학생들을 지겹게 만드는 현행 고등학교 제도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197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아노 펜지아스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시대에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킨 것으로 안심하는 부모는 자아도취 증에 빠진 사람”이라고 말 한 것에서 보여주듯, 전진캠프는 허수아비에 불과할 수 있다.
졸업 후 1년, 심지어 6개월만 지나도 배운 이론, 기술이 쓸모 없게 되거나 도태되는 시대에는 학교에 얼마나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스스로 터득하는 자조정신을 바탕으로 평생토록 끊임 없이 연구하고, 창의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키워, 수 없는 자기변신을 거치는 홀로서기 교육이 결정한다.
물론,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학생들은 지금 당장 수업을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다. 초중고, 대학, 어느 곳에 재학 중이든 그 제도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자율성을 가지고 홀로서기에 전념해야 된다는 뜻이다.
알파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극지법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전진캠프만 끝없이 치고 있으면, 돈, 시간, 능력을 한꺼번에 낭비할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