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국과 이라크가 양국 정부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을 위한 철군일정표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함에 따라 이라크 미군의 추가철군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의 철수가 실현될 경우 이는 지난 5년간 미국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진행해온 이라크 전쟁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전에서 이라크 전쟁이 치열한 쟁점 중 하나가 되고 있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철군 실현 여부와 규모 등은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미군 추가 철수 검토 배경 = 백악관은 18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의 전날 화상회의에서 이라크 상황이 개선되면 미군의 추가 감군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군 철군 시한을 정해야 한다는 민주당 등 반전세력들의 주장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부시 대통령이 미군의 철군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나름대로 이라크 사태가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저항세력의 저항과 종파분쟁이 심화되자 작년 초 의회를 지배하는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 조기 안정화를 이유로 3만여명의 미군 증파를 결정했다.
증원 초기 미군 사상자수가 급증하는 등 시련도 있었지만 18개월이 지난 지금 이라크 상황은 눈에 띠게 개선됐다.
부시 대통령의 `승부수’를 맹렬히 비판해왔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도 이 같은 사태진전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정도다.
또 내년 1월 퇴임하기 전에 이라크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지 못하더라도 일단락지음으로써 이라크전쟁에 대한 정치적.역사적 비판의 예봉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계산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미국내에서 이라크 미군의 철군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러 차례 철군시한을 법률로 정해 쐐기를 박으려고 했고, 부시 대통령은 법률 거부권으로 힘겹게 버티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의 진전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뒤에도 대폭적인 철군요구는 수용하지 않은 채 이달 말까지 추가 증파된 미군만을 철수시키고 추가 철군은 차후 검토한다는 단계적 철군론을 제시했었다.
물론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지난 주 미군 철수 일정을 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연말이면 이라크 미군의 주둔 근거가 되고 있는 유엔의 위임도 종료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의 또다른 전선인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미군 내부에선 이라크처럼 아프간에도 미군을 증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며 부시 대통령도 이미 미군의 아프간 증원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따라서 아프간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케인-오바마,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기선잡기 =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미군 추가 철수를 시사하자 대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쟁점화했다.
인위적인 철군시한 설정에 반대하며 이라크가 안정화될 때까지 미군 주둔을 주장했던 매케인측은 매케인이 이라크 종파분쟁 해결을 위해 주장했던 미군 증강이 효과를 드러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매케인 진영의 노콜 월러스 대변인은 이라크 상황에 근거한 미군 철수는 오바마가 반대표를 던지고 선거운동과정에서도 반대했던 미군증파의 성공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반면에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16개월내 이라크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고 주장해온 오바마 진영은 이는 미 행정부가 오바마 후보의 입장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또다른 증표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후보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벤 로즈는 이번 합의가 실제 철군일정표였더라면 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제까지 얼마나 철수할까 = 이제 관심사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철수 시기와 규모에 쏠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인위적인 철군일정표 제시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미군 지휘관들의 의견과 이라크 상황을 토대로 이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군 지휘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감축을 결정하기 위한 이라크 사태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그 보고서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또 미국과 이라크는 현재 향후 이라크에서 미군의 역할과 지위에 관한 협상을 진행중이며 이달 말까지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이 협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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