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최재석 특파원 = 멕시코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 관련자 5명 가운데 3명이 24일 조선족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번 사건이 미국행 밀입국 기도 사건으로 성격이 바뀌는 양상이다.
멕시코 수사당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피랍자들이 억류 9일 만에 풀려난 직후엔 이들을 피해자로 보고 납치사건 수사에 주력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밀입국 혐의가 조금씩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병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피랍자 5명 모두가 한국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멕시코 현지에서는 중국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현지 언론도 이번 사건이 밀입국 조직이 개입된 납치사건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지 유력 일간지인 엘 우니베르살은 23일 멕시코 연방검찰청(PGR) 소식통들을 인용, 피랍 한국인들은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 달러의 사례비를 건네고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하기 위해 밀입국 조직 소속원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인들의 당초 요구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밀입국 조직원들은 사례비 외에 추가로 3만 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자신들을 억류하고 한국의 가족들에게 연락했음을 피랍 한국인들이 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수사 초기부터 피랍자들은 여권을 납치범들에게 빼앗겼다고 진술한 데다 출입국 기록마저 없고 수사에 비협조인 태도를 보여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들이 밝힌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박 모 씨 등 2명은 한국 국적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3명은 수사당국에 진술한 주민등록번호가 가짜로 드러났다. 결국 나머지 3명은 수사과정에서 중국 국적의 조선족임을 시인했다고 현지 수사소식통이 전했다. 멕시코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우리 대사관에도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사건이 아니라 한국인이 개입된 조직적인 밀입국 기도사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 현지 당국의 설명이다.
따라서 사건 수사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인의 신병 인도도 조기에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과 멕시코, 미국을 연결하는 밀입국 경로와 관련 범죄조직 여부 등을 밝혀내는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한국에서 조선족들을 모집, 이들을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밀입국시키는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한국 대사관측이 멕시코 당국과 협의 등을 통해 별도의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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