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유키코 시라하라 SAM 동양미술 학예관
▶ 소장한 한국 미술품 대부분 미국인 독지가가 기증
‘한국 현대 미술전’ 끝으로 도쿄 네주 박물관 복귀
시애틀 미술 박물관(SAM)의 동양미술 담당 학예관으로 지난 6년간 한국·일본 미술품 관리와 전시업무를 총괄해온 재일동포 유키코 시라하라(원명 백 유기자)씨가 9월말 일본으로 귀국한다.
시라하라 학예관은 지난달 17일 SAM에서 개막한 ‘한국 현대미술전’ 준비작업을 끝으로 시애틀을 떠나 일본 최대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도쿄 네주 박물관 학예실장으로 취임한다.
명문 케이오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대학강의를 하며 네주 박물관 학예관으로 9년간 근무한 동양미술 전문가이다.
지난 2001년 일본미술 전문기관인 런던의 세인즈베리연구소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하던 시라하라씨가 SAM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무려 일주일간의 면접을 위해 시애틀을 방문한 시라하라씨는 인터뷰 과정에 또 한번 놀랬다. 미술관장은 물론, 각계 인사들을 포함한 100여명을 만나는 면접을 통해 인품과 커뮤니티의 반응까지 점검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문병록 시애틀총영사가 면접 일정의 일환으로 그녀를 관저로 초청, 원로 사진작가 남궁요설씨 등 한인 인사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한국미술에 대한 질문과 대화를 나눴다고 회고했다.
당시 SAM의 동양미술품 소장품이 훌륭하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었다는 시라하라 학예관은 런던으로 돌아온 일주일 뒤 미미 게이츠 박물관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 일해줄 것을 제의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라하라씨는 세계 각국 주요 박물관의 한국 섹션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빈약하다며 SAM의 한국미술 소장품도 200여점 뿐으로 일본이나 중국 미술품의 1/10일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부분 미국인 독지가들이 구입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어서 한국정부나 한인사회의 지원이 전무한 현실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들과 미술계 인사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한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일본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시라하라씨는 사실은 순수한 한인이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백 유기자이지만 한국인에 대한 일본 내 차별대우를 피하기 위해 후에 유키코 시라하라로 개명했다는 것.
요코하마 태생인 시라하라씨의 부모는 각각 경상남도와 이북출신의 한국인으로 그녀 자신도 30대 후반까지 한국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으로 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98년에야 일본에 귀화했다.
20대 초반 어머니와 함께 한국정부의 재일동포 초청행사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으나 SAM에 근무하면서는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정부가 매년 해외 박물관의 한국 미술담당 학예관을 초청하는 워크숍에 초대돼 한국미술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파리·런던·샌프란시스코 등 세계각지의 한국미술 담당자들과도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후임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시라하라 학예관은 “한국미술에 열정을 가진 전문가가 오기를 기대한다”며 프랭크 베일리씨 등 사재를 털어 한국미술품을 기증하고 있는 독지가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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