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와 서비스 하청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한인 업체들의 매상이 떨어지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납품해온 하청 업자들의 대금결재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타운에서 청소업을 해온 박모(가명)씨는 지난 5월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 재료비와 장비 대여비 등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크게 늘어났지만 서비스 요금을 제때 보내오는 고객은 찾기 힘들다. 통상 한달 정도 기간을 두고 대금이 결재되곤 했지만 이번처럼 넉달에 접어드는 경우는 처음. 그렇다고 고객들을 다그칠 수도 없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서비스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을 요청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온 몸에 피가 마르는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한 박씨는 “제대로 운영이 됐다면 이달에만 이미 4만달러 가량이 입금됐어야 하는데 아직 5천불도 받지를 못했다”며 “재료비와 인건비를 선 지출 하는 상황에서 자금이 유통되지 않으니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5년 동안 업계에 종사해왔지만 이번처럼 어려운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 박씨의 입장이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부도수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부도수표 피해는 비교적 흔한 케이스. 김씨는 대처요령 등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피해는 여전하다. “아무리 조심해도 부도수표를 피하기는 힘들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의뢰 업체가 파산하거나 대출 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 공사비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전기나 배선, 에어컨 서비스를 제공한 하청 업체들에게 그대로 피해가 전가되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씨는 “공사 대금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건물에 담보 설정을 하고 있지만 자금 회전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어음 피해에 질려 한국을 떴는데 이 곳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반 고객들을 상대하는 휴대폰 가게도 매출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뷰포드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두달에 한번 커미션을 지급 받는데 지난달 계약 건수가 50%이상 떨어져 커미션 지급이 연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계약기간을 설정했던 고객이 중도에 이를 해지할 때 판촉용으로 배급된 전화기 값을 소매점이 물어내야 하는 이 같은 케이스도 늘어나 매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고객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프리 페이드 폰처럼 저렴한 플랜으로 갈아타면서 커미션 지급에 의존하는 업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인타운에서 식품점에 돼지고기를 납품해왔다는 이모(가명)씨는 “결재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납품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다”면서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하청 업자나 납품 업자들에게 ‘결재 텀(term)’이 독약이 되는 것 같다.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황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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