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영향으로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모두 참석하지 못하는 등 처음에는 분위기가 좀 어수선했다.
더군다나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가 뜻밖의 인물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자 일각에서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3일 페일린의 연설은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기에 충분했다. 많은 대의원들이 “국민을 섬기러 워싱턴에 가겠다”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7살 난 딸이 임신한 뉴스가 일찍 터진 것도 오히려 페일린을 도와줬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페일린을 비판하기보다는 “애 다섯 키우는 데 별의별 일이 다 있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동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40대 이상 주부 치고 아이들 때문에 속 썩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워싱턴의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주부가 자기가 사는 도시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자원 봉사자에서 출발, 시장을 거쳐 부패했지만 막강한 현직 주지사를 포함한 공화당 지도부와 맞서 싸워 이겨 알래스카 주지사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 바로 아래인 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의 입지전적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감동받았다. 오히려 일류대를 나오고 가정을 돌보는 대신 여권 운동에 나온 여성 정치인보다 많은 사람들이 페일린의 인생 스토리에 공감하는 것 같았다.
그 전에는 오랜 경력의 조셉 바이든과 맞서 과연 토론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날 연설을 보고는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 22년 경력의 주지사를 쫓아낸 인물이 아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4년 전에 비해 한인 대의원이 부쩍 준 것이다. 지난 번에는 10여명이 훨씬 넘었는데 이번에는 4~5명이 눈에 띌 뿐이었다. 물론 다른 후보를 지지한 대의원은 전당대회 참석을 허용하지 않도록 방식이 바뀐 탓도 있지만 한인 사회와 매케인과의 관계가 너무 소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매케인과 먼 것은 한인만이 아니라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가 다 그렇다. 일찍부터 매케인을 적극적으로 민 베트남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는 아시안과 매케인 진영과는 유대 관계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가까이 인맥을 만들어두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공화당이 사상 처음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이번 대회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셸 박
가주 조세형평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