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폭락과 신용경색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혼란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베어스턴스에 이어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급박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으로 그 영향이 약할 것이라 여겼던 이머징 마켓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급상승한 중국 등의 신흥국에 소위 막차를 탄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신의 편견이나 미디어의 화려한 숫자에 의지한 결정은 결국 우리에게 시름만 안겨준다.
한 클럽 더 잡아서
골프게임은 자기 자신 즉 이고(ego)와의 지루한 싸움이다. 실력이 향상될수록 자신의 편견이나 욕심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프로와 아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정확하고 정직하게 인정하는가에 있다. 샷의 거리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프로들은 공을 클럽의 스윗 스폿에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 거리 조절이 쉽겠지만 실수하더라도 불필요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각 클럽의 거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거리를 과대평가하는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의 샷을 비교분석한 데이브 펠즈는 프로의 샷이 핀을 중심으로 좌우 즉 핀 하이(pin high)의 샷이 많은 반면 아마의 샷은 90%가 짧았다고 말한다. 물론 공을 클럽의 중앙에 맞히지 못하고 팻(fat)샷이 많았겠지만 샷의 거리를 과대평가하기 쉬운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거의 모든 샷에서 한 클럽을 더 잡는 겸손을 택하면 거리조절은 물론 편안하고 유연한 스윙을 보너스로 함께 받을 것이다.
앵커를 바로 서야
요즘 ‘반토막’이나 ‘깡통’구좌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린다. 다름 아닌 지난 몇 년간 활황장을 연출했던 신흥시장에 집중한 펀드나 투자자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년 동안 1,000선에서 6,000선까지 올랐던 중국 증시는 현재 2,100선에서 조정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증권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무모하게 시장에 진입한 일반 투자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재정심리학은 개미들이 투자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심리적인 오류에서 찾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주관적이고 선택적인 기억을 투자의 심리적인 기준 즉 앵커(anchor)로 삼는 위험을 지적한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2년간 600% 상승한 중국 증시를 자신의 투자 앵커로 삼는 우를 범한 것이다.
지난 2000년에도 우리는 IT 버블과 닷컴 붕괴에서 비슷한 패턴을 경험했다. 그러나 더 힘든 점은 잘못된 앵커를 바로잡는 것이 매우 어렵고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뇌는 이득보다 손실을 더 기억함으로 지나치게 비관하는 경향이 있어 좋은 결정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편견과 잘못된 투자 앵커에 노출되어 과대평가하기 쉬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자신만의 지식, 경험, 정보로 시장을 항상 이길 수 있다는 과신의 오류도 제어해야 한다.
한국의 PB들을 상대로 부자들의 투자 패턴을 물은 설문조사는 진짜 (1%) 부자와 일반 투자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예상 수익률을 들었는데 전자는 10~20%, 후자는 30~40%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증권 투자는 자산의 관리와 증식에 반드시 필요지만 잘못 이해하고 그릇된 앵커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투자 성공의 첫 단추이다.
변재성
<워델&리드 재정자문 부장>
(310)89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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