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등세, 장중 배럴당 25달러 올라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 미국의 고강도 구제금융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금융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주겠지만 최근 3개월 동안 강세를 보였던 달러 가치의 급락을 불러와 국제유가의 상승을 부추기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유가는 22일 장중에 1일 상승 폭으로는 사상 최대인 배럴당 25달러나 치솟는 등 폭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장중에 10월 인도분 경질저유황유(light sweet crude)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로 25.45달러나 급등했다.

이는 부실자산 매입을 위해 7천억달러를 투입키로 한 미국의 구제금융계획이 달러화 가치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모기지를 비롯한 부실채권 인수와 머니마켓펀드(MMF) 지급 보증을 위해 각각 7천억달러와 4천억달러를 투입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이 `쌍둥이 적자’로 불리는 미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키고 국채매각을 증가시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지목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의회에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발행 한도를 6.6% 상향 조정해 11조3천150억달러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미 달러화는 지난 19일 전 세계 14개국 주요 통화와 대비해 가치가 하락하면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해 S&P 500지수가 4%나 급등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 흐름을 보였다. 달러화는 지난 19일 유로화와 엔화에 대비해 0.9%와 0.5%가 각각 하락했었다.

미 달러화는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58분 현재 유로화 대비 환율이 0.7%가 하락한 1.4568 달러에서 거래됐고 엔화 대비 환율도 0.9% 하락해 106.46엔으로 거래됐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의 외환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포린 익스체인지 콘셉트’의 존 테일러 회장도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서 달러 가치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미국 정부의 이번 고강도 구제금융 계획이 지난 3개월간 지속했던 달러화 강세 흐름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은행의 외환전문가인 데이비드 우는 달러가치의 하락은 금융위기 해소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고 골드만삭스의 외환전문가인 젠스 노드비그는 가장 많이 타격을 받은 환율이 가장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다시 역전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카고 나살레 선물 수석트레이드인 매트 저만은 AP통신에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계속 매각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두려움과 불안이 사람들로 하여금 실물자산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폭락에 앞서 미 달러화의 가치는 지난 6월부터 강세로 돌아서 유로화에 비해 10%, 일본 엔화에 비해 2% 상승했었다.

jaehong@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