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동서양의 대표적인 사랑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문화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동서양에 차이가 없다. 남원의 춘향 이와 이도령 있는가 하면 베로나 이태리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푸치니의 오페라에는 나비부인과 캡틴 핑클톤 이 있다. 그리고 동화책 속에는 계모의 학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신데렐라에게는 왕자가 있다.
앞에 말한 만큼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캠든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애그네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캠든이라는 도시는 맥도널드나 버거킹 조차 없는 매우 작은 도시다.
자동차로 동부 쪽을 여행하다 보면 발이 닫는 곳마다 미국 개척 당시의 역사가 묻혀진 곳이다. 특히 역사 깊은 묘지들을 찾아보면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 흔적을 읽을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만든다.
캠든 시내를 지나다 보니 골목 입구에 퀵커 교도의(Quaker) 공동 묘지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와 그것을 따라서 골목 입구에 들어서니 퀵커 교도의 묘지 에 들어서기 전에 또 다른 작은 공동 묘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1700년대 미국 독립전쟁을 위해서 희생한 동네 영웅들의 묘지였다. 같은 이름의 비석이 여러 개 나란히 있는 것을 보아 어는 집안의 형제들이 함께 전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강 돌아보고 나서려는데 한구석에 따로 세워진 팻말이 눈에 들어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 묘지 앞에 세워진 팻말에는 그라스고 에서 온 애그네스(Agnes of Glasgow 1760-1780) 라고 적혀 있다. 228년 전에 죽은 그녀의 묘지 앞에 노란색 플라스틱 장미꽃 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누군가가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팻말에는 그녀가 스코트랜드의 글라스고 에서 왔으며 영국군 소속이었던 애인을 찾아다니다가 죽어서 이곳에 묻혔다고 써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찾았던 애인은 영국군의 앵거스 맥 피얼슨 중위(Lt. Angus McPherson)였으며 미국독립군과의 전쟁에 파견되었던 것으로 기록 되어있다. 그녀는 영국에서 밀항으로 찰스톤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 다음 자신의 애인이 소속 되어있는 부대가 캠든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배치되었으며 그녀의 애인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문만 듣고 막연히 그를 찾아 나섰던 것이었다. 그러나 미 독립군의 눈을 피해 가면서 숲 속을 헤치고 애인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사랑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훨씬 위험한 일 이였다. 그 것은 총칼을 들었던 군인들에게도 힘겨운 과정이었다. 결국 그녀는 배고픔과 지친 몸으로 병이 들어 쓰러지고 만 것이다.
쓰러진 그녀를 구해서 돌봐주었던 사람은 킹 헤이글러(King Haigler)라는 인디안 추장이었다. 헤이글러는 영국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디안 추장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그에게 킹(King)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이라는 일설이 남아있다. 킹 헤이글러는 쓰러진 그녀를 구해서 돌봐주었으나 그녀는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녀가 죽은 다음 무덤을 마련 해준 사람도 킹 헤이글러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다가 목숨을 잃은 애그네스를 돌봐준 킹 헤이글러가 그녀에게 베푼 친절도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캠든 지역의 역사에 의하면 맥피얼슨 중위가 소속되었던 부대가 그곳에 배치되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녀의 애인 맥피얼슨 중위가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서는 남아있는 기록이 없다.
춘향 이와 이도령 그리고 신데렐라와 왕자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비록 애그네스의 사랑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며 행복한 꿈을 꾸었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 의하면 지금도 가끔 밤이면 그녀의 유령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으며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닌다는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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