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뉴스 안 본다”는 사람들이 있다. 몸은 미국에 와있어도 마음은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이민 1세 한인들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자고새면 달라지는 상황에 한인들은 한국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파면되고,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은 일단 안정을 되찾았다. 새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엄존하는 것은 심화한 분열의 골.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극단의 정치적 양극화가 사회를 갈라놓았다.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경상도와 전라도, 민주당과 국민의 힘, 진보와 보수 등 민심은 갈라질 대로 갈라졌다.
그러니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모두가 기대에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이편에서는 환호하고 저편에서는 혐오한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이편에서는 정권교체 성공을 축하하고, 저편에서는 “이재명 보기 싫어서” 한국뉴스를 안 본다. 분열의 깊이만큼 불신과 증오가 깊다.
미국에서 사회적 분열이 가장 심했을 때는 19세기 후반이었다. 노예제를 둘러싼 찬반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노예해방론자들, 노예제 지지자들, 북부의 합중국 지지자들, 남부의 연맹 지지자들, 남과 북의 온건파들 등. 그 어려운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끈 대통령이 에이브러험 링컨이었다.
1860년 11월 대선에서 노예제 폐지를 내세우는 공화당 소속 링컨이 당선되자 남부 주들의 반발은 격렬했다. 이듬해 3월 링컨 대통령 취임 직전 남부의 5개주가 합중국에서 탈퇴했다. 그리고는 대통령 취임 한달 후 남북전쟁이 발발했다. “미국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도 그만큼 큰 위기에 봉착했던 적은 없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어떤 대통령도 그만큼 큰 업적을 이룬 적은 없다”고 평가한다. 링컨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미합중국은 당시 남과 북으로 갈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나라가 갈라졌다면 미국이 지금과 같은 초강대국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링컨의 리더십은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확고한 정치적 신념, 탁월한 소통능력, 적극적 협상 자세와 더불어 통합의 핵심이 된 것은 용인술. 필요한 인재라면 정치적 적이든 친구든 가리지 않고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
대표적 인물이 윌리엄 수어드이다. 그는 그해 자타가 공인하는 공화당 대선후보 1순위였다. 연방상원의원, 뉴욕 주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거물 정치인으로서 나이, 경력, 지명도 어느 면으로 보나 시골출신 애송이 링컨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경쟁자로 여기지도 않던 링컨이 승리하자 수어드는 충격에 빠져 바깥출입을 안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링컨이 보기에 국무장관으로 수어드만한 적임자는 없었다. “이 나라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진솔한 편지로 그는 수어드의 마음을 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단짝이 되어서 1865년 링컨 암살모의에 수어드도 함께 타깃이 되었을 정도였다.
분열의 시대에 링컨은 당을 가리지 않았다. 민주당 인사들도 적극 기용했다. 전쟁 중 재정을 책임졌던 새몬 체이스 재무장관, 전쟁을 총괄했던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링컨 비판에 앞장섰던 인물들이지만 링컨은 그들을 모셔와 최고의 역량을 끌어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치갈등 해소와 분열된 민심 통합이 시급하다. 리더의 통합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인선. 이편 저편 가리지 말고 인재들을 기용해 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바란다. 선거운동 중 반(半)통령’ 아닌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 대통령의 약속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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