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린치, 리먼 브라더스, 연방정부 개입, 주식가격 널뛰기 그리고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실 등등 매일매일 TV, 신문이 어지럽다.
나는 3가지 중 하나쯤은 벌어질 것이다 하면서 하루하루 TV, 신문을 눈여겨봤다. 첫째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회사를 거덜 낸 CEO 중 누구 하나 죄송하다는 유서 한 장 쓰고 자살했으면 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태를 스스로 금메달 기사라고 했다.
은메달 기사는 그 엄청난 성과급인지 뭔지 하면서 회사를 망쳐놓고 몇 천만 달러, 아니 억대 단위의 돈을 챙기고 떠났거나 떡 버티고 앉아있는 CEO 중 그래도 한두 명이 나서서 돈을 뱉어내면서 그 동안 말도 안될 만큼 돈을 갖고 간, 아니 강탈하다시피 했던 것을 미안하다고 하면서 회사를 살리고 선의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도 저도 아니면 과격한 누군가가 도적놈(?)같은 CEO 한 명을 바라는 바는 못 되지만 죽이지는 않더라도 뭇매를 때리든가 CEO 집에 불이라도 지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나, 그리고 그것을 동메달 기사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미국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때 아하 하고 깨달은 것이 이제 거의 30년을 이 땅에 살면서 그렇게 미국사회를 알려고 노력하였음에도 역시 나는 한국적인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스스로 생각했다.
만일 이러한 일이 일본이나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일본이라면 최소한 몇 명의 CEO들은 사과의 유서와 함께 자살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이라면 그 극성스러운 네티즌, 촛불데모 등등 아마도 CEO들이 자진해서 그 동안 받아간 성과급인지 무엇인지 큰 목돈을 뱉어내게 하든지, 정부가 무슨 법령을 끼워 맞추든지, 하다못해 회사 돈으로 저녁 한 끼 먹은 것이라도 걸고 넘어져서 CEO들을 감옥이라도 보내서 민심을 달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법치주의의 모범국가이기에 법적으로 은퇴하는 CEO들이 회사가 망했건 어찌됐건, 계약대로 몇 천만 달러씩 챙겨가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는 모양이다. 나는 잘 따질 줄 모르지만 나의 집 모기지에 금년 들어 매달 내는 돈이 늘어났다. 뭔지 모르겠으나 돈 빌려준 은행에서 좀 넉넉히 받아놔야겠다고 하는 것 같고 어찌되었건 나는 과히 기분이 안 좋다.
그런데 이제 그 대형투자은행, 보험회사 살리느라고 정부가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으니 결국 나 같은 국민은 이제 수입, 재산, 모든 곳에 내는 세금이 올라갈 것이고 그 놈(?)들은 끄떡없이 큰돈 챙기고 버티고 앉아있는 것을 상상하니 영 기분이 안 좋다.
영화계, 언론, TV, 변호사계 등등 그 천재적인 어떤 사람들의 그룹이 뉴욕 월가를 점령해서 실컷 분탕질한 후 그 설거지 거리를 우리들이 떠안는 것인지, 소위 명문대학의 MBA들이 펼친 탐욕의 잔재인지 모르겠으나 건전하고 성실한 우리들을 흙탕질 한 것 그냥 당하고만 있으니 화가 난다.
새로운 기회의 땅에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그래서 도덕, 윤리보다는 법을 위에 세워야 했다는 불가피성을 이해되지만 이번 월가의 투자은행, 증권가의 파동은 법 이전에 다수의 서민들에게 이미 준 고통, 앞으로 짊어질 고통을 생각할 때 뻔뻔스러운 그들이 오늘까지 저질러놓은 이 사태를 어떤 방법으로든지 응징하고 영원히 월가에 들어와서 ‘돈의 게임’을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꼭 한국적 정서를 지닌 나만의 희망은 아닐 것 같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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