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9월 29일과 30일은 ‘공치는 날’이 될 것이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9월28일 끝나도록 돼 있었다. 이틀 휴식 뒤 10월1일부터 ‘10월의 클래식’ 포스트시즌 각 디비전시리즈가 시작될 참이었다. 10월의 클래식은 예정대로 10월 첫날 불이 붙는다.
그런데 ‘공(空)치는 날’로 예정됐던 9월 29일과 30일이 ‘공(球)치는 날’로 됐다. 악천후로 밀린 아메리칸리그 센트럴 디비전의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가 29일 치러졌다. 궂은 날씨 때문에 밀린 경기는 또 있었다. 내셔널리그 센트럴 디비전의 시카고 컵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경기다. 이에 대한 ‘보충수업’은 취소됐다. 컵스가 이미 디비전 수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애스트로스는 탈락한 터라 해봤자 그만이라 아예 치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컵스(97승64패)와 애스트로스(86승75패)는 올해 다른 28개 팀들보다 1게임씩 적은 161게임을 치르고 정규시즌을 마치는 흔치 않은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렇다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부득부득 경기를 치르게 된 까닭은? 이미 탈락한 타이거스에겐 별 의미없는 경기였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가닥 희망이 남은 화이트삭스로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전이었다. 전날까지 87승74패를 기록한 화이트삭스는 디비전 1위 미네소타 트윈스(88승74패)를 0.5게임 차이로 추격중이어서 29일 경기결과에 따라 PS행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잦아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화이트삭스가 그 불씨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화이트삭스는 29일 낮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서 8대2로 승리, 트윈스와 키가 같아졌다. AL 센트럴 디비전몫 PS행 티켓은 30일 화이트삭스와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단판승부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이 경기는 시카고에서 열린다.
화이트삭스의 29일 기사회생은 선발 개빈 플로이드(6이닝 5안타 2실점) 등 투수진의 역투와 쿠바산 강타자 알렉세이 라미레스의 만루포로 합작됐다.
결과적 점수차는 컸지만 중반까지 엎치락뒤치락 살얼음판 승부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화이트삭스였다. 1회말, 저메인 다이의 중전적시타가 터지면서 한걸음 앞서갔다. 타이거스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5회초 브랜든 인지의 좌익수쪽 적시2루타로 동점을 만든 타이거스는 6회초 투수 악송구를 틈타 2루주자 미겔 카브레라가 홈을 밟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한번 뒤집힌 전세는 금방 또 뒤집혔다. 6회말. 화이트삭스는 선두타자 드웨인 와이스가 타이거스 선발투수 프레디 가르시아로부터 볼넷을 골라나간 뒤 2루를 훔치고 곧이어 가르시아의 폭투를 틈타 홈까지 치달았다. 기회는 계속됐다. 강타자 폴 코너코와 켄 그리피 주니어가 연속 볼넷을 얻으며 만루. 이어 등장한 라미레스가 바뀐 투수의 초구를 강타해 왼쪽 펜스를 넘는 만루홈런으로 연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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