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판세 바꿀 ‘한 방’
대부분 10월에 터져
‘옥토버 서프라이즈’
대응시간 없어 속수무책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조심하라’ 11월 첫째 화요일에 열리는 미국 대선이 10월에 부는 ‘바람’(풍)으로 판세가 단박에 역전되기 때문이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한국으로 치자면 선거 막판에 터지는 ‘풍’ 파동과 유사하다. 이회창씨가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인 ‘병풍’에 날아갔고 선거 때마다 보수 정권이 ‘빨갱이 콤프렉스’를 부추기는 각종 ‘북풍’을 몰아 선거를 좌우했다.
미국도 ‘조작형’은 아니지만 ‘자연발생형’ 바람으로 대선의 향방이 좌우되는 적이 빈번했다. 이름하여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다.
2004년 10월 말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는 토론회에서 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를 앞질렀고 미국인에게 자신의 정책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고 믿었다.
그러나 갑자기 오사마 빈라덴이 변수로 끼어들었다. 빈라덴이 부시를 비난하고 유권자에게 ‘당신의 안전은 당신 손에 달렸다’고 경고하는 비디오 테입이 공개됐다.
케리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에서도 이런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교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케리는 “당시 ‘시큐리티맘’(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주부)과 많은 사람이 9.11 사건 때문에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사건 대응이나, 상황을 되돌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역사는 1972년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베트남전 종전을 선언하듯 ‘평화가 손안에 들어왔다’고 말해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고부터다.
정식 정치용어로는 1980년 대선이 계기가 됐다. 1년 전인 1979년 미국인 인질 52명이 이란에 인질로 붙잡혀 있었는데,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은 대선 직전 인질이 풀려나면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판단해 이란인들과 짜고 구출 작전을 가로막았다는 것.
2000년 대선에서는 조지 부시가 음주 운전으로 붙잡힌 적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었다.
올해 대선에서도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유령이 떠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종교적 스승이었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10월 중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올해 초 라이트 목사가 미국 정부가 흑인 사회를 감염시키기 위해 에이즈 바이러스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이후부터 오바마는 그와 거리를 두고 있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은 ‘트루퍼 게이트’를 조사 중인 의원들과 교류를 중단했다. 조사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홀리스 프렌치 상원의원이 조사 결과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고 농담으로 말한 직후부터다. 프렌치 의원은 나중에 이에 대해 사과했다.
정보기관들은 빈라덴이나 알카에다의 공격이 이뤄지면 매케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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