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올해로 어느덧 사반세기 역사를 훌쩍 넘긴 ‘코리안 퍼레이드’가 맨해턴 브로드웨이를 오색 꽃차와 역동하는 율동의 물결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날 퍼레이드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다문화 공동체의 화합과 전진의 힘찬 행진으로 펼쳐졌다.
올해 처음 행사에 참석한 기자는 퍼레이드 행렬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껑충껑충 뛰기까지 했다. 코리안 퍼레이드 순간만큼은 마치 이곳의 모든 한인들이 세계 최고가 된 것처럼 더없이 기쁘고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수많은 회원들을 이끌고 화려한 꽃차에 올라타 행진하는 한인들이 있었던 반면, 소수의 인원으로 현수막 하나만 앞세워 행진하는 한인들도 있었다. 뉴욕의 한인 이민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소수의 인원으로 행진하는 이들의 모습이 행여 볼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특별히 보여줄 것이 없어도, 적은 회원 수라도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브로드웨이 선상을 걸어오는 이들의 행진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이날 코리안 퍼레이드는 물론 볼거리가 많은 행사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볼거리만을 내세운 보여주는 행사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의 퍼레이드는 참가한 한인들의 규모나 화려함에 상관없이 이제껏 그들이 겪어온 굴곡 많은 도전의 이민역사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행진하는 한인들의 얼굴 하나하나에는 고된 이민생활을 꿋꿋이 이겨내고 코리안 퍼레이드까지 서게 된 지극한 선량함과 인내, 성실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이민생활 속에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지나온 흔적일 것이다. 그들은 험난한 타지생활 속에서 한인들끼리 똘똘 뭉쳐 이민생활이란 장거리 행진을 해야 하는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불경기 등 거칠고 험한 이민생활을 극복하고 지금의 한인사회를 만들고 코리안 퍼레이드에 서게 된 이민 1세 한인들은 모두가 ‘자랑스런 한인’임에 틀림없다.
아무쪼록 그들이 퍼레이드 이후의 1년 동안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다시 힘차게 행진한 뒤 내년 퍼레이드에서도 또다시 함께 만나길 기대한다.
구재관 뉴욕지사 취재 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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