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지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신문인 시카고 트리뷴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17일(현지 시간) 시카고 트리뷴은 사설을 통해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으로 인해 미국민들은 그 어느때보다 두려움과 노여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 같은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 미국의 긍지를 재건할 강력한 대통령 후보는 버락 오바마로 트리뷴은 그를 자랑스럽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2006년 12월 6일 사설을 통해 오바마에게 대선에 나설 것을 권유했던 트리뷴은 일부 미국민들은 오바마를 잘 모른다는 점에서 불안해하고 있지만 우리는 10여년전 오바마가 정치에 입문했던 때부터 그를 지켜봐왔다며 그는 지적인 준엄함과 도덕적인 기준으로 건전하고 사려깊으며 주의깊은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오바마에 대한 강한 믿음을 표시했다.
트리뷴은 자사의 초기 지도자였던 조지프 메딜이 공화당의 창립자였다는 점, 사설을 통해 보수적인 원칙을 지지해왔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단 한번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한 바 없었던 점을 언급하며 오바마 후보에 대한 지지는 트리뷴에 있어 역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뷴은 이 같은 오바마 지지 선언을 1912년 부패한 기업과 정치에 대한 분노로 인해 진보당의 대선 후보인 루스벨트 지지를 선언했던 것에 비유하면서 2000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부의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공화당은 원칙을 포기하고 무책임한 지출과 부패로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트리뷴은 공화당 경선 당시 존 매케인을 지지했으며 그를 좋아하지만 지금의 매케인은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트리뷴은 부시의 세금 정책을 무책임하다고 반대했던 매케인이 지금은 지지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첫번째 임기말까지 부채 탕감을 약속했지만 그의 세금 감면 정책은 앞으로 10년간 약 4.2조달러의 부채를 더하게 될 것이라면서 매케인은 경제 위기에 분노와 인기 위주, 대중을 오도하는 메시지로 응답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문은 매케인이 여성 러닝메이트를 선택한 것은 높이 사지만 문제는 훨씬 더 자격을 갖춘 공화당 여성들을 건너뛰고 전혀 준비가 안된 새러 페일린 주지사를 선택, 가장 중요한 결정에서 실패했으며 이는 국가보다 자신의 선거 운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중하고 경험 있는 러닝메이트를 선택한 오바마의 경우야말로 정치적인 계산에 앞서 국가를 생각한 것이라며 점수를 줬다.
또한 매케인은 오바마를 진보적인 정치인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오바마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인 중도파라며 일리노이주 의회와 연방상원에서 당파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공화당 의원들과도 효율적으로 협조해 복지, 정치 윤리, 사법 등에 관련된 법안을 처리했음을 예로 들면서 오바마는 주의 깊게, 또한 존중하는 자세로 반대파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리뷴은 사설 마지막에서 간접적으로 오바마를 링컨대통령에 비유하며 강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kwchri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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