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배 Y 작곡가로부터 오페라 ‘천생연분’을 함께 감상하자는 이메일을 받았다.
성악가인 나와 일곱분의 작곡가들이 함께 자리하셨다. 이 자리에 초청된 작곡가들은 작품 활동과 더불어 연주 단체를 이끄는 지휘자들이어서, 전문가들로부터 오페라에 대한 일가견들을 경청하려는 Y 선생의 진지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래 전 Y 선생이 지휘하던 학생 성가대의 대원이었던 작곡가 L씨가 한국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위촉받은 오페라 ‘천생연분’은 한국과 유럽을 비롯하여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공연이 되어 현지 언론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단다.
한국 창작 오페라의 제 1호로는 1948년에 공연된 현제명의 ‘춘향전’이 기록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비용과 복잡한 기술적 문제로 인해, 기존 서양 오페라의 공연조차도 쉽지 않은 현실에 한국인의 창작 오페라의 공연은 현실적 장애가 많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전’이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 작품으로 공연된 바 있지만, 막상 쉽게 접해 본 한인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독일 심포니를 거쳐 서울 시향의 상임 작곡가인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난해 독일에서 초연되어 DVD도 발매되었다.
그리고 한 차례였지만 이곳 LA에서도 한국적 소재의 오페라 ‘황진희’와 뮤지컬 ‘명성황후’가 공연되기도 했었다. 서구사회는 400여년이라는 공연의 역사 속에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깊지만, 짧은 한국의 오페라 공연 역사는 한국 ‘창작’ 오페라가 자주 공연되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에는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못한 현실이다.
그런데 ‘맹진사댁 경사났네’를 각색한 이 오페라 ‘천생연분’은 동양인이 서양인으로 분장한 오페라보다는 한국 전통 소재 속에 한인이 출연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자연스런 느낌을 주었다. 돈으로 진사가 된 맹진사는 신분 업그레이드를 위해 아들을 판서댁 손녀와 혼사를 결정하나, 그 규수의 하녀에게 빠져버린 아들은 결국 하녀와 혼인을 하고, 그 판서 손녀딸은 아들의 하인과 멀리 떠나는데. 부패한 조선 양반사회를 뼈있게 풍자한 코믹 오페라이다.
정원, 기와지붕, 그네 타는 우물가 등의 무대 세트가 조선시대 민속 정취를 물씬하게 하였다. 특히, 한국 전통악기를 서양음악과 잘 접목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노래를 잘 받쳐주어 이 오페라 감상의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전통적 향취와 재미가 함께 곁들인 이런 류의 한국 오페라가 자주 공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페라 ‘천생연분’이 대중성도 가졌고 좋은 평을 받으며 여러 나라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다는 점이 Y 선생을 더욱 흐뭇하게 하는 듯 했다. 함께 자리한 작곡가들도 감상 후 Y 선생 제자의 성공에 축하를 보내며 관심 있게 함께 오페라 악보를 살펴보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이 한 편의 오페라를 함께 나누기 위해 음악인들을 초대하여 온 가족이 나서서 대접하시는 Y 작곡가님의 정성은 참으로 감동을 주는 음악인의 모습이었다.
라디오서울 ‘김양희의 이브닝 클래식’ 진행자.
sopyh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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