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딩스쿨 열기 인재육성 기반돼야
얼마 전 두 가족과 함께 뉴잉글랜드 지역에 위치한 일곱 개의 주니어 보딩스쿨을 방문하고 왔다. 사실은 학교 방문이 목적이 아니라, 현지 인터뷰를 수행하기 위해 투어를 다녀온 것이다. 그까짓 인터뷰는 전화로 하면 되지,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동부까지 갔다 와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답은 ‘반드시 가야 한다’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 해에 수만달러씩하는 보딩스쿨에 내 돈 들여보내겠다는데, 그렇게도 까다로우냐 말이다. 까다롭다.
학교에 들어서 입학 사무처에 앞에 이르자, 우리 학생들의 이름이 작은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학 사무처장이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하였다. 대기실로 안내하여 의자를 권한 뒤, 자신이 이 학교 출신이라며 학교를 설명해 주었다.
대기실에 마련된 차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자, 훤칠한 키의 학생이 들어오며 한국에서 온 9학년이라며 인사하였다. 투어 가이드를 맡은 한인 학생이다.
투어를 마치자,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딩스쿨과는 달리 주니어 보딩에 지원하는 한인 학생들은 영작문 테스트가 주어진다. 학생들의 영문 실력을 직접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또 이 학교는 수학 실력마저 테스트를 요구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계산 문제야 잘 해낼지 모르지만, 문장으로 주어지는 문제는 영문 이해 능력이 수반되어야 풀 수 있으니 말이다. 미리 작성된 한인 학생의 원서가 실제 능력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인터뷰는 한인 학생을 걸러내는 매우 중요한 리트머스지이다.
어느 사정관에 따르면, 많은 한국 학생들이 인터뷰 때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말해 본적이 없는 게 문제이다. 이런 경우 학생과의 인터뷰는 5분을 넘지 않는다.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데, 어떻게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겠는가.
요즈음 뉴잉글랜드 지역의 보딩스쿨에 도전하는 한국 학생 수가 8,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약 320여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것이니, 그 경쟁률은 약 25:1이다. 공항에서 내려 산속으로 두어 시간을 가는 곳에 위치한 보딩스쿨마저 한인 학생들은 줄지어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미 전지역에 한국 학생이 없는 보딩스쿨은 아마 없을 듯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보딩스쿨 입시 담당관들은 매우 신중히 대처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 유학생들이 몰려오는 일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단지 한국인의 경제력이나 교육열에 놀라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오히려 한국인 학생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여 미안해 하고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보딩스쿨이 한인 학생을 받아주고 있는 것을 보면, 대체로 한인 학생들이 학교 분위기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은 공부에 매우 열심이다. 영어가 미숙해도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니,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적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에 능숙한 학생들이 많다. 특히, 각 보딩스쿨의 오케스트라 성원에는 갈수록 많은 한인 학생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보딩스쿨에서는 한인 학생들에 대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두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각지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온 또래의 아이들과 경쟁하며 함께 생활하며 익힌 경험은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강남의 엄마들은 누구보다도 교육 정보가 밝다고 한다. 그래서 한 다리만 거치면, 금방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홍정욱을 거명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막강한 인맥이나 학맥을 내세워 앞으로 한국을 끌어나갈 주요 그룹이 될 것이다.
(213)500-9067
알렉스 정 <윌셔학원 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