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며, 완벽한 대통령도 될 수 없지만 여러분에게 항상 솔직하고, 이견이 있을 때는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부를 여러분에게 열어놓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11.4 미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막판 대세 굳히기의 일환으로 29일(미 동부시간) 저녁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해 내보낸 TV 인포머셜에 담긴 메시지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1929년 월가의 주가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된 날과 겹친다. 대공황에 비견되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부각시키고 부시 행정부와 한배를 탄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겨냥했음은 물론이다.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에 방영된 30분짜리 단발 TV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언론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300만달러 이상이 소요됐을 것으로 전해졌다.
매케인과 달리 연방정부의 선거보조금을 받지 않고 개미군단의 기부액으로 두둑한 실탄을 챙긴 오바마가 막판 `공중전’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TV 광고는 오바마의 덴버 전당대회 후보지명 수락연설, 경제위기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4가족 이야기, 민주당 소속 주지사 및 상.하원 의원들의 지지 코멘트 등으로 편집됐다.
오바마는 광고 도입부에서 20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사람을 봤다면서 이 광고는 단순히 미국이 직면한 도전뿐 아니라 도전에 대한 처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빠듯한 경제형편 속에서 자녀 3명을 키우느라 남편의 수술까지 미룬 백인 아줌마,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부인의 약값을 대기 위해 72세 나이에도 세일즈 회사에 다니는 흑인 할아버지, 자녀 2명의 교육을 위해 어려운 살림을 사는 홀어머니, 포드사에서 해직돼 생계가 막막한 가장.
이들 4명의 가족이야기는 경제위기에 신음하고 있는 보통의 미국가정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팩트’라는 점에서 현 정부와 매케인의 경제실정을 한 묶음으로 공격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소재인 것으로 보인다.
광고는 가족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연설과 대담, 찬조출연 정치인들의 지지발언 등을 통해 오바마의 공약내용을 적절히 끼워넣었다.
중산층을 위한 세제혜택, 에너지 독립을 위한 에너지 효율 차량 개발, 이라크전 종식을 통한 전쟁비용의 국내 복지예산 전용,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장학금 지급, 의료보험의 확대시행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오바마는 자신의 모친이 암에 걸린 뒤 보험문제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의료보험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광고는 사전제작된 내용이 모두 끝나가는 순간 갑자기 오바마 후보가 막바지 유세를 펼치고 있는 플로리다 유세현장 `라이브’ 화면으로 넘어가고, 오바마가 이제 선거는 6일 남았다. 나를 지지해달라는 호소로 막을 내렸다.
ks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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