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퇴직 은행원 도시아(72)는 최근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수차례 가 비만 치료를 받고 값싼 약제를 사 왔다.
도시아는 멕시코까지 건너가는 복잡한 의료 절차를 밟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지만 비만 치료를 위해 3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내야 한다는 미 병원측 얘기를 듣고 멕시코 치료길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이 절반값 이하로 저렴한 약품을 구입하거나 외과 수술을 받기 위해 멕시코 병원을 찾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일 보험료가 비싸 보험을 들지 못했거나 보험 적용 범위가 한정돼 있는 미국인들이 멕시코 병원을 찾아 `원정 치료길’에 나서는 실태를 보도했다.
외국으로 가서 값싼 치료를 받도록 주선해 주는 의료 관광 사업은 수술이 그다지 급하지 않은 `대기환자’들을 겨냥한 상품으로 주목을 받아 왔지만 미국에선 의료 관광이 보험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됐다.
현재 미국인 중 보험이 아예 없거나 보험 적용 범위가 극히 한정돼 있는 사람이 4천700만명에 이르렀으며 국경을 넘어 멕시코 병원으로 향하는 사례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멕시코를 찾는 미국인이 늘어나자 미국 병원 체인들이 멕시코에 병원을 짓거나 멕시코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 영업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댈러스에 본사를 둔 미국 병원은 멕시코 국경 지역 등에 최근 병원 6곳을 세웠고 병원 의사 대부분은 멕시코 의사 자격을 가진 멕시코인들이다.
멕시코 현지 병원들은 미국인 환자들의 비중이 커지자 자체적으로 병원 신축 또는 증축을 서두르고 있다.
멕시코 최대의 병원 체인인 `그루포 앙헬레스’는 앞으로 3년간 15개 병원을 무더기 신축할 계획이며 외국인 환자의 비중을 현재 5% 수준에서 2010년까지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텍사스주는 특히 보험 없는 사람의 비율이 25%를 넘고 있어 국경을 넘어 멕시코 병원을 찾는 주고객 층으로 자리잡았다.
국경 도시인 멕시코 레이노사 병원에는 보험을 들지 못한 미국인 고객 50-100명 가량이 매주 방문하고 있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많은 미국 노인들은 이빨 치료나 조제 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멕시코 병원을 찾고 있다. 이들은 치과나 조제 약품에 대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일부 미국인들은 통상적인 보험을 가지고 있으나 멕시코 병원에서 특정 부문의 치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보험료를 할인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주 뿐 아니라 최근엔 알래스카 주민 등 멕시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원무 직원이나 안내원을 고용하거나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멕시코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텍사스대 한 교수는 보험이 없는 미국인들이 멕시코 병원을 찾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그러나 의료 사고 등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길 경우 보상 받기가 어렵게 돼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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